燦爛 (卵)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
푸르른 하늘과 그 아래
짙어진 초록
따뜻해진 햇살과
몽글몽글 구름처럼 떠다니는 봄의 눈
소록소록 내리던 봄비에
젖은 땅은 물기를 품어
촉촉하고 서늘한 향을 내고
짙어진 땅에 생기를 머금고
붉은 꽃과 열매들이 찬란히
피어나는 찰나의 순간.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 燦爛 (卵)
아침에 길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부드럽고 산뜻한
봄의 향기
푸른 하늘은 초록으로 다시 물들고
초록사이 아롱아롱 맺히는 봄볕과
포근해진 땅, 작은 틈사이
뿌리내린 멀리서부터 날아온
작은 풀들
포도송이같이 맺힌 아카시아와
작고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맺힌 조팝나무를 지나
붉은빛의 꽃들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봄의 절정 장미의 시간이었다.
오월 하면 초록과 노랑이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짙은 갈색과 붉은색이 떠올랐다.
지난봄, 봄비를 맞으며 걸을 때
코끝에 은은히 맴돌던 젖은 땅의 향과
그 속에 자라나 있던 푸른 줄기,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던 촉촉하고
부슬걸리던 촉감이
왠지 모르게 계속 내 안에 남아있었다.
봄의 푸르름을 작업하고 싶다가도
왠지 모르게 그날의 젖은 흙의 향이
계속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이 향과 느낌을
잘 풀어내 표현해 보고 싶었다.
청명한 봄과는 조금 다른 물기 있고 조용한
봄의 한순간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기 가득한 젖은 땅,
그 속에 단단히 자라나 있던 짙은 녹색의 줄기
어렴풋이 느꼈던 붉은빛과 은은히 맴돌던 흙의 향이
마치 장미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완연한 봄이 올 때 만발하는 장미와 그 향이
계속 떠올랐던 흙의 향을 표현해 줄 것 같았다
하나둘 떠오르는 생각을 조합해 새로운
과자의 형태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이 기뻐하는 생기가 가득한.
봄의 찰나, 그 한 부분을 담아
둥지에 담긴 알의 형태로
봄날의 둥지 그 안에 찬란한 날들이라는 뜻을 담아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으로 이름 지었다.
젖은 흙의 향은 장미로 표현하고
그 촉감은 보슬보슬한 크런치를 만들어 표현하자
하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봄날의 푸릇한 느낌은 방풍잎을 사용하고
조용하고 촉촉했던 촉감은 젤리형태의
콤포트로 작업했다.
흙의 형태를 떠올리다 보니 약간은 씁쓸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산딸기가
나오는 계절이라 산딸기를 쓸까도 했지만
콤포트로는 방풍잎과의 조화가 어려울 것 같아
생과로 쓰기로 하고 비슷한 붉은 열매의
석류를 사용해 콤포트를 만들었다.
석류의 맛은 신맛과 떫은맛이 있고 특유의 맛이
있는 과일이 아니어서 새로운 향을 입히기도 좋아
리치를 갈아서 향을 더했다.
떫고 신맛이 리치의 단맛과 만나 조화롭게 눌러주어
단독으로 썼을 때 보다 훨씬 편안한 맛이 나와
생각했던 향과 맛을 표현할 수 있었다.
장미향과 맛은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
장미향을 넣는 것뿐만 아니라 장미티를 우려
무스를 만들기로 하고
장미향이 나는 백차를 우려 알형태의 무스를 만들었다.
설탕은 최소한으로 들어가 단독으로 먹었을 때도
많이 달지 않고, 나머지의 구성들과 함께 먹었을 때
입안에서 부드럽게 조화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는데 생각한 대로 나와주어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했었다.
낯선 조합들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 줄 역할이
필요했는데
쌉쌀한 카카오의 향이 장미와 방풍 그리고 석류를
어색하지 않게 이어주었고 마지막으로 둥지형태를
표현한 바닐라크림이 조화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산딸기와 톡톡 터지는 블루베리
투명한 빛의 리치 젤리로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을 완성했다.
올라간
산딸기는 청도와 김해에서
블루베리는 보성에서 재배되는 과일을 사용했고
석류는 유기농으로 착즙 한 석류즙을 사용했다.
산딸기는 산지마다 맛과 형태가 조금씩 달라서
더 즐거웠고 블루베리는 알이 크면 단맛이 진하고
작을수록 산미가 있었는데 하나하나
매력 있는 과일 었다.
운이 좋게도 좋은 과일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했던 이번 계절의 과자.
새로운 조합으로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해 봤던
이번 봄의 과자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 燦爛 (卵)
짙어진 땅에 생기를 머금고
붉은 꽃과 열매들이 찬란히
피어나는 찰나의 순간.
봄의 둥지 그리고 찬란, 燦爛 (卵)
05-06月.2024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