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로 자라는 시간, 40주
너의 우주를 상상하고 있어.
어둡고 따뜻한, 너의 세계. 둥그런 너의 우주.
그곳에서 하루 종일 둥실거리며
웃고 춤추는 너를 상상하고 있어.
이따금 널 부르는 목소리와 손길이 느껴질 때
너는 어떤 표정일까.
네게 도달하는 수많은 소리 중에서
엄마와 아빠의 음성을 구별하기까지
네가 들어온 말들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내가 먹는 것의 맛과 향이 어떻게 네게 전달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진동으로 널 흔들리게 할까.
나야말로 이렇게 자주 흔들리는 사람인데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게
과연 네게 좋기만 한 일일까.
내가 누군가의 우주가 되어 몸과 영혼이 연결되고
축축한 울림을 준다는 게 때로는 날 무겁게 해.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운
미지의 인물이 내 몸에 살며
온종일 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두렵기도 해.
내 몸보다 마음에 더 크게 자리잡은 너로 인해
네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고
한 번 더 노력하고 있어.
대부분은 행복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고 괴로울 때도 있지.
그래서 어떤 감정은 네게 들키기 전에
빨리 보내주게 돼.
문득 울적해진 날에는
그 이유를 헤아리며 벗어나려 하고,
누군가가 미워지면 이해를 해보려고 애쓰게 돼.
한없이 나태하게 풀어져 있다가도
너를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더 손 모아 기도하게 돼.
난 너의 세계가 됐으니까.
너의 큰 울림이 되었으니까.
매일매일 따뜻한 환영과 사랑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싶어.
아빠 엄마의 목소리에 흥겹게 춤추던 너를
매일 즐겁게 해주고 싶어.
시간이 지나 네가 태어난 뒤에는
지금처럼 늘 안전하고 따뜻하진 못할 테고,
온갖 환경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할 거야.
엄마도 네 맘을 잘 몰라줄 수도 있어.
그래서 적어도 널 품고 있을 동안이라도
너에게 한없이 포근한 우주가 되고 싶어.
그리하여 너를 두 눈에 담게 될 날,
우리가 마주 안을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이전과 같은 마음과 소리로
우리가 여전히 함께 있다고 알려줄게.
부서질 듯 작고 여린 네가 조금씩 성장할 때
나도 그만큼 자라갈 거야.
우리는 함께 자라는 사이가 되는 거야.
그때는 우리 함께 더 큰 우주를 보자.
사랑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