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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영 Jun 23. 2016

너의 우주를 상상하고 있어

엄마 아빠로 자라는 시간, 40주


너의 우주를 상상하고 있어.
어둡고 따뜻한, 너의 세계. 둥그런 너의 우주.
그곳에서 하루 종일 둥실거리며

웃고 춤추는 너를 상상하고 있어.
이따금 널 부르는 목소리와 손길이 느껴질 때

너는 어떤 표정일까.
네게 도달하는 수많은 소리 중에서
엄마와 아빠의 음성을 구별하기까지
네가 들어온 말들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내가 먹는 것의 맛과 향이 어떻게 네게 전달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진동으로 널 흔들리게 할까.
나야말로 이렇게 자주 흔들리는 사람인데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게

과연 네게 좋기만 한 일일까.
내가 누군가의 우주가 되어 몸과 영혼이 연결되고
축축한 울림을 준다는 게 때로는 날 무겁게 해.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운

미지의 인물이 내 몸에 살며
온종일 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두렵기도 해.


내 몸보다 마음에 더 크게 자리잡은 너로 인해

네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고

한 번 더 노력하고 있어.
대부분은 행복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고 괴로울 때도 있지.

그래서 어떤 감정은 네게 들키기 전에

빨리 보내주게 돼.
문득 울적해진 날에는

그 이유를 헤아리며 벗어나려 하고,
누군가가 미워지면 이해를 해보려고 애쓰게 돼.
한없이 나태하게 풀어져 있다가도

너를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더 손 모아 기도하게 돼.


난 너의 세계가 됐으니까.
너의 큰 울림이 되었으니까.
매일매일 따뜻한 환영과 사랑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싶어.
아빠 엄마의 목소리에 흥겹게 춤추던 너를
매일 즐겁게 해주고 싶어.


시간이 지나 네가 태어난 뒤에는

지금처럼 늘 안전하고 따뜻하진 못할 테고,
온갖 환경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할 거야.
엄마도 네 맘을 잘 몰라줄 수도 있어.
그래서 적어도 널 품고 있을 동안이라도
너에게 한없이 포근한 우주가 되고 싶어.


그리하여 너를 두 눈에 담게 될 날,
우리가 마주 안을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이전과 같은 마음과 소리로

우리가 여전히 함께 있다고 알려줄게.
부서질 듯 작고 여린 네가 조금씩 성장할 때
나도 그만큼 자라갈 거야.
우리는 함께 자라는 사이가 되는 거야.



그때는 우리 함께 더 큰 우주를 보자.
사랑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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