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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영 Jun 30. 2017

가사분담, 우리는 이렇게 한다

프리랜서 부부의 육아전쟁 생존기


나는 남편과 거의 매일, 종일 함께 지낸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 생각보다 많은 일거리가 생긴다. 거기에 맹렬히 기어다니는 아기까지 있다면 일상은 전쟁에 가깝다. 어떤 날은 드러누울 틈도 없이 하루가 휙 지나가기도 한다. 둘 다 일하러 나갈 때도 있지만 시간을 잘 배분하여 한 사람이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이렇게 끝도 없는 가사와 육아의 과업에 지쳐도 또 개인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했다. 각자의 몫을 나누어 더불어 살아갈 구조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중이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를 준비한다. 싱글이던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았으나 결혼 이후 그가 차려주는 대로 토스트나 파스타를 먹게 됐다. 그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식사를 차리는데, 요즘은 잉글리시머핀을 사서 달걀과 베이컨,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즐겨 만든다. 발사믹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도 먹는다.

점심과 저녁은 내가 맡거나 메뉴에 따라 담당자를 정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떡볶이나 파스타, 볶음밥 같은 특식은 주로 남편이 주로 만든다. 그런 메뉴를 본인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식을 좋아하는 나는 대부분의 일상적인 밥상을 주로 차린다. 오징어볶음이나 제육볶음, 각종 국과 찌개, 나물 무침 등. 신혼 때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조림에 도전했다가 소금범벅요리를 완성했는데, 그후로는 남편이 레시피를 찾아가며 직접 고등어조림을 만든다. 맛집에 견줄 만큼 정말 맛있다.


설거지는 거의 남편이 한다. 신혼 때부터 그렇게 정해두었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인데다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유형의 과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설거지가 힘들었다. 차라리 요리는 주어진 재료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맡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이 설거지와 음식쓰레기 배출을 전담하면서 부엌 정리와 가스렌지를 닦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다만 아기 이유식 그릇을 닦고 소독하는 일은 주로 내 몫인데 가끔은 남편이 설거지 할 때 같이 닦아두기도 한다.

쓰레기 분리 배출과 청소기 돌리는 일도 남편이 주로 한다. 그는 청소기를 쓰고 나면 꼭 바로 먼지통을 비우는 습관이 있다. 공기청정기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도 그가 맡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결혼 이후 화장실 쓰레기통이나 집 안 휴지통을 비워본 적이 별로 없다. 재활용 분리수거도 마찬가지. 쓰레기가 쌓이면 남편이 알아서 치운다.

집안 청소는 함께 할 때가 많다. 빨래도 그때그때 여건이 되는 사람이 한다. 나도 그렇고 남편 역시 세탁기 돌릴 때가 되면 돌리고, 세탁이 끝나면 널고, 다 마르면 개켜 옷장에 정리한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는 무조건 둘이 함께 목욕을 시켰다. 그러다 아이가 혼자 앉을 수 있을 만큼 큰 이후에는 둘이 번갈아가며 아기와 함께 샤워한다. 그래도 보통은 남편이 씻긴다.




지인들은 내 남편이 이만큼을 해내는 게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고, 남편이 가사에 동참하면 즉시 ‘좋은 남편’으로 등극할 수 있는 사회를 살기도 하고.

사실 남편이 하는 일은 대개 어떤 단어로 대부분 딱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설거지' ‘아기 목욕 시키기' ‘쓰레기 분리 배출' 등으로.

살림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집안일이란 이렇게 딱 떨어지는 굵직한 일들 사이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은 일들이 촘촘하게 끼어있다. 남편의 일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사 노동'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설거지는 매일 하지 않아도 된다.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에 한 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끼니를 챙기는 일은 매일 반복되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료로 어떤 메뉴를 조리할 것인지 시뮬레이션하며 기획해야 한다. 요리를 하려면 식재료를 미리 사다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평소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채워넣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어떤 재료를 어떤 경로로 구입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 가족만 해도 가까운 동네 마트,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 국내산 유기농만 취급하는 생협, 그리고 인터넷 쇼핑 등의 경로를 모두 이용한다. 어디서 무얼 사야 할지, 이걸 사서 어디에 활용할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내가 주로 맡는다. 그리고 구입을 결정하기 전에 남편과 상의해서 승낙을 받은 다음에야 산다. 이런 사전 준비 역시 가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청소기를 돌리는 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보통은 내가 아침마다 청소포를 밀대에 끼워 바닥을 닦는다. 아기가 기어다니기 때문에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남편이 아기 목욕을 시키면 후속 작업은 내가 맡는다. 폭신한 이불 위에 수건을 깔고 갈아입을 옷과 기저귀와 아기 몸에 바를 로션을 가져다 놓는다. 창문이 열려있다면 아기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미리 닫는다. 아기가 목욕을 마치면 미리 준비한 속싸개로 아기를 감싼 뒤 수건에 눕히고 아기에게 장난감을 하나 쥐어준 다음에 정신없이 몸에 로션을 바르면서 상처나 트러블은 없는지 살핀다. 기저귀를 채운 뒤 데굴데굴 구르려는 아기를 달래가면서 단추들을 끝없이 채우고 얼굴용 로션을 따로 발라줘야 후속 작업이 끝난다.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중요한 작은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아기가 밤에 울면 먼저 일어나 아기 방에 달려가는 것도 나다. 아기가 먹을 것, 입힐 것, 바를 것, 갖고 놀 것 등의 필요 물품을 검색하고 고민하고 구입하는 일도 대부분 내 몫이다. 아기띠에 끼웠던 침받이가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살피고 손빨래를 하는 자질구레한 일도, 아기의 침구를 언제 세탁해야 하는지도 내가 살피고 실행한다. 아기는 자꾸 손으로 얼굴과 몸을 비비기 때문에 손톱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남편은 아직까지 아기의 손톱을 깎아준 적이 없다. 외출하기 전에 아기 옷을 입히는 사람은 남편이지만 아기에게 뭘 입힐지 결정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내 담당이다. 밖에서 먹일 이유식을 데워 보온통에 넣고 과자는 과자통에, 물은 물통에 담고 기저귀와 손수건을 파우치에 채워 넣는다. 아기의 장난감과 여벌옷, 로션, 모자, 양말도 챙겨야 한다. 남편이 아기를 먼저 데리고 나가 카시트에 태우고 시동을 거는 동안 나는 마지막으로 빠뜨린 건 없는지 반복해서 헤아리고, 창문을 닫고 보일러와 가스렌지를 확인하고 혹시 필요할 수도 있는 물품까지 생각하여 챙긴 뒤에야 뚱뚱한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이유식 만들기는 내가 담당하는 가사 및 육아의 과업 중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메뉴를 구상하려면 공부가 좀 필요하다. 아기 월령에 맞으면서도 제철에 공급되는 식재료를 파악하고 조리법도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재료를 어디서 사야할지 결정한 뒤 구입까지 하면, 그걸 다듬고 다지고 끓이고 믹서에 가는 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불린 쌀과 손질한 재료를 밥솥에 넣고 ‘죽’ 모드를 실행하고 나면 마치 긴 산행 후 정상에 오른 듯한 후련함이 든다. 아기 식기들을 전용세제로 싹 씻어서 소독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이유식을 용기에 담는 일은 대개 남편에게 맡긴다. 조금이라도 짐을 덜고 싶은 마음이다. 하루는 아기를 재운 뒤에야 이유식 조리가 끝났고, 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불러내서 이유식을 담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선뜻 나섰으나 내가 혼자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쭈뼛거리며 말했다.

“같이 했으면 좋겠어.”

“나 이거 만드느라 너무 힘들었던 거 알잖아.”

내 푸념에 남편이 짐짓 귀여운 표정으로 대꾸한다.

“여보가 이유식 만들 동안 난 아기 목욕시켰어. 이것도 힘들었어.”

“그래? 그럼 앞으로 여보가 이유식 만들래? 내가 아기 목욕 시키고 이거 담을게.”

“...그냥 방에 들어가.”

이유식이 이렇게 힘들다. 무엇과 대결해도 이길 수 있다.  


이러한 작고 중요한 일들은 감각이 쌓이지 않으면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 나는 그야말로 둔하고 덜렁거리며 살아왔으나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며 강제적으로 섬세함과 꼼꼼함이 길러졌다. 이런 작은 일들을 잊어버린 실패의 경험이 쌓고 쌓인 까닭이다. 남편은 이런 부분에서 아직 빈틈이 좀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챙길 수 있는 부분을 남편이 무심하게 지나칠 때, 아내들은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아내가 되고 말았다. 급하게 외출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런 저런 준비물을 챙기느라 분주하고 남편은 아기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기저귀 갈았어?"

"아니. 지금 갈아야 돼?"

지금까지 수차례 외출했는데도 또 얘기해야 하다니.

"밖에 나가면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외출 전에는 무조건 미리 갈고 나가야 되잖아. 내가 언제까지 이런 걸 일일이 말해줘야 해? 좀 알아서 할 수는 없어?"

다분히 감정을 실은 말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동안 작게 얇게 뭔가 쌓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가사와 육아가 내쪽으로 더 기울어진 것이 늘 벅찼다. 남편이 많은 일을 도맡긴 하지만 가사에 오너십을 가진 사람은 나다. 상황을 예측하여 준비하고, 일을 찾아서 처리하며, 이럴 때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살피고 실행이나 지시를 하는 일. 하루에도 몇 번씩 가사에 대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 일. 끊임없이 관심 갖고 가족구성원과 집안을 보살펴야 하는 일. 이게 얼마나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지 아는 사람만 안다. 신경 쓰지 않으려는 사람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살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쓰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무수히 많은 일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도 무심한 영역이 있었다. 그건 곧 남편에게도 기울어진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가 전담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재정 관리이다. 결혼 전에 누가 '재정부 장관'을 할 것인지 둘이 의논하다가 역시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남편이 맡게 되었다. 그는 용도별로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각종 세금과 공과금, 보험금, 대출 이자, 청약 저축, 부모님 용돈, 각종 쇼핑 등의 복잡한 송금 업무를 도맡는다. 둘 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아 철저한 원칙과 관리가 필요한데, 그는 뚝심있게 원칙을 지켜내며 알뜰하게 살림을 관리한다. 내가 식재료나 아기의 필요 물품을 검색하고 고민하고 구입을 결정하면, 그는 머릿속으로 현재 생활비 상황을 그려가며 어느 선을 허용하거나 대안을 제시한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만날 돈 쓸 일만 생각하는 사람일 수 있다. 내가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고 하면, 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이렇게 말한다.

“여보가 생활비 관리를 한번 해 봐야 돼.”

사실 남편 덕분에 나는 돈에 관한 염려나 고민을 거의 하지 않는다. 돈의 쓰임에 대한 오너십을 가진 남편이 이와 관련된 고민과 고뇌와 에너지 소모를 다가져갔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우리 가정의 대외 행정업무를 거의 도맡고 있다. 아기 병원비를 보험에 청구하거나 이사한 집의 인수인계라던가 가전이나 통신장비의 A/S를 신청하고 여행갈 때 교통편을 예매하고 아파트 관리비의 과오납을 체크하는 등 다양하다. 고마운 일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우리 자동차와 운전에 관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나는 애초에 면허도 없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목불식정의 상태이기 때문에 뒷자리에 앉아 아기를 돌보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혼자 운전도 하고 주유와 세차 시기를 가늠하며 실행하고 자동차 보험 갱신, 차량 유지에 관한 여러 사안을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아기가 마음 편히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재정 관리와 자동차 등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이슈를 늘 브리핑 해준다. 이번 달은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에 얼마를 썼고 또 쓸 계획인지, 새 엔진오일을 넣을 때가 되었다는 것과 자동차 보험 비용을 알기 쉽게 이야기 하며 내가 그 일에 동참할 수 있게 한다.  


각자 맡은 역할과 분야가 다른 것 뿐이지 우리는 함께 집안일을 지탱하고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그에게 섬세함을 요구하지만 그는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는 나보다 훨씬 꼼꼼하고 섬세하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남편에게 신경질을 냈던 게 몹시 미안해졌다. 그래서 그에게 사과하며 다시 마음을 다졌다.

“앞으로는 말 안 해도 다 해주길 바라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그냥 말할게.”

“나도 무심하게 있어서 미안해. 더 신경써 볼게.”

고운 말을 건넸더니 역시 고운 말이 돌아온다.




사실 내가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서로를 살피는 민감함, 그리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서로가 어떤 수고를 하는지 기억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고 표현하며 격려하는 것.

남편은 주로 밤에 작업을 한다. 그래서 아침에 아기가 깨면 내가 먼저 달려가 돌보고 남편은 좀 더 자게 한다. 그러면 남편은 그게 고마워서 아침 식사도 준비하고 아기를 전담하며 나의 완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해준다. 그렇게 힘을 채운 나는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점심 준비를 하고 이유식을 만든다. 나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분주해서 아기를 재워도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면 남편은 내가 힘들어서 작업을 잇지 못하는 걸 기억하고 카페에서 자기가 아기를 담당하면서 내가 작업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헌신과 고마움이 맞물리고, 작업과 육아를 번갈아 나누면서 일상을 엮고 있다. 프리랜서 부부가 생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서로가 도움을 요청할 때 즉시 벌떡 일어나 돕는다. 웬만해서는 밍기적거리거나 떠넘기지 않는다. 상대가 가정을 위해 어떤 수고를 하는지 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좀 오래, 많이 애를 썼다 싶으면 주저없이 휴식 시간을 준다. 방에 들어가 혼자 오롯이 쉬는 것인데, 휴식이 필요하면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에너지를 채운 사람은 나와서 다시 자기 할 일을 찾아 시작하거나 육아를 전담한다. 그래서 둘이 동시에 번아웃 되는 일이 없도록 조절한다.






가끔 남편이 친구나 후배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그의 몇 가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를 돕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돼. 집안일은 둘이 함께 하는 거지.”

“뭐? 전업주부나 하고 싶다고? 너 살림이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구나?”

가사 분담에 대해 긴 대화와 여러 갈등을 거듭한 결과가 이렇게 흐뭇하다. 남편은 단 한 번도 '나 정도면 좋은 남자'라거나 '이 정도면 잘하는 것 아니냐'는 공치사를 한 적이 없다.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면 그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적용하며 감각을 기른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두 사람이 사는 집에서 두 사람이 일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 집에 사는 부부가 집안일을 나누어 감당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자랑할 일도, 칭찬 받을 일도 아니다.

내가 가사분담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니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꼭 빼놓지 말아야 해. 가사는 돕는 게 아니라 함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적어본다. 가사는 둘이 함께 한다는 각자의 동의가 있을 때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미 결혼했다면 우리가 그랬듯 갈등과 대화를 반복하며 피차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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