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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보리 Mar 24. 2022

계절을 나누는 법

이웃에게 계절을 나누어 받다.

사는 곳이 달라져서 일까. 계절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봄이면 할머니를 따라 개울 둑에서 쑥을 캐고, 여름엔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가을에는 들판으로 뛰고 구르며 선머슴 같이 지냈다.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온 몸으로 느끼며 지내온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도시에서 그 냄새를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덥고, 춥고, 그 사이의 짧은 계절들이 전부였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나와 회사로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그 계절의 변화와 냄새를 찾으려도 부단히 도 애썼다


수원에서 아파트에 살았을 때 에는 베란다 창문을 열면 커다란 백화점이 마주 보였다. 시즌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으로 계절을 미리 맞이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계절을 느끼고 보냈다. 그게 계절을 맞이하는 법이었고, 백화점 속 가짜 꽃들을 보면서도 그게 계절을 느끼는 일 마냥 신나고 즐거웠다.


봄에 문경으로 이사를 왔고, 이미 지천으로 초록이 물들기 시작한 때였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산, 나무, 초록들이었다. 그게 당연한 거였는데, 신기했다. 도시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살다가 왔더니 새삼스레 느껴졌다. 문경에 내려오고 나서는 계절이 그대로 느껴진다. 차가워지는 공기가, 따뜻해지는 공기가 그 미묘한 차이들이 오롯이 느껴진다. 원래 이 계절에 이랬던가 싶을 만큼 추워지고 더워지는 계절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마당에 있는 잡초마저도 계절에 따라 각자의 일을 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게 신기했다.


아랫집 할머니는 나를 '새댁이'라고 부르시면서 텃밭에서 키우신 상추며, 당근, 가지 같은 것들을 나누어 주셨다. 제철에 나오는 아주 싱싱하고, 달콤한 계절의 맛이었다. 마트에 가서 돈을 주면 언제나 살 수 있는 것들과 다른 맛이었다. 갖 딴 토마토를 먹었을 때 에는 마치 프루스트 현상처럼 어릴 적 할머니 밭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일들이 이어졌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텃밭에서도 계절이 자라났다. 지난 가을 아랫집 할머니께 받은 쪽파 씨는 겨울을 버텨내고 봄이 되자 신기하게 초록빛을 내 보이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도 다른 이웃들에게 나눌 수 것들들을 나누었다. 봄에 마당에서 나오는 쪽파, 달래나, 두릅 같은 나물들, 또 바로 먹지 못할 것 같으면 겉절이나, 마른 나물, 장아찌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나누었다. 여름도 가을도 나누었다, 그리고 또 이웃에게 나누어 받았다.


그게 시골에서 계절을 나누는 법이었다.


여전히 이웃들과 계절을 나눈다. 그리고 그건 조금 신나기도 아주 기분 좋은 일 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근사한 일이다


짚으로 묶은 당근을 주셨다. 그리고 텃밭에서 자란 쪽파를 오래  신문지에 싸서  다른 이웃들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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