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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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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보리 Jun 29. 2024

개구리

밤이 되면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는 계절이 되었다. 며칠 전 현관문 앞에 작은 개구리 하나가 방향을 잃고 자꾸 현관문에 부딪히고 있어서 잘 잡아 풀이 있는 곳으로 옮겨 주었다. 등에 알록달록한 진한 녹색 무늬가 있는 참개구리. 아직 작은 크기를 보니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초여름이 밤이 되면 빛을 따라온 벌레를 먹으려고 집 창문에 청개구리가 붙기 시작하는데 그럼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청개구리 가격 매기기가 시작된다. “이건 너무 작네 500원. 이건 한 천 원?” 그러면서 청개구리가 보일 때마다 서로 경쟁하듯 가격을 매기고 웃는다. 


이 놀이 아닌 놀이의 시작은 문경에 내려오기 전에 같이 근무했던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을 듣고부터였다. 도시에서 태어나 친가 외가 모두 도시에 있던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개구리를 보여주고 싶은데 개구리를 구할 수가 없어서 경기도 외곽의 도시까지 찾아가 돈을 주고 올챙이를 사 왔다고 했다. 그리고 개구리도 꽤 비싸다는 말을 덧붙였다. 우선 올챙이를 돈을 주고 판다는 사실에 놀랐고, 개구리가 비싸다는 말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그때부터 개구리를 보면 장난 삼아 가격을 매겨 부르고 있다. 


나는 청소년기부터는 도시에 살았지만 어릴 때 올챙이니 개구리, 가재나 피라미까지 잡고 다녔던 시골어린이 출신이라 돈을 주고 올챙이나 개구리를 팔고 산다는 게 조금 의아했고, 또 어떤 의미로는 조금 충격이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돈을 주고 사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아니면 모든 게 돈으로 해결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지난주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이 혹시 문경에 올챙이가 아직 있냐는 연락을 했다. 며칠 전 동네 개울에서 올챙이 알을 본 기억이 있어 찾아가 봤더니 아직 올챙이 알이 남아있었고, 그 올챙이 알의 일부는  통에 담겨 서울로 조심히 상경했다. 개구리가 되면 근처 천변에 아이들과 함께 놔줄 거라고 했다. 아이들과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경올챙이는 서울 올챙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까마귀가 30만 원이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날아다니는 30만 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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