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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현 May 10. 2023

풍기

풍기

2023.5.9. 화

갑자기라기보다 언제나 맘에 그리워하다 그냥 아침에 잠깐 밭에 나가기 전에 궁금하다는 톡이 풍기 친구에게서 왔다. 아침 일하기 전 십 분 전 시간이 주는 애틋함이 전해지며 톡 받은 난 더욱 기분이 좋았다. 나 역시 궁금했지만 돈도 없고 가지 못하니 참고 생각도 꾹 넘기고 살아 가는데 먼저 톡이 오니 반가웠다. 기싸움에서 모처럼 이긴듯하다. 맨날 나만 먼저 톡 하게 하더니만.. 아마 이제 사과 농사가 여유가 있나 보다 몇 년짼가?

어떻게 지내니 궁금하단다. 나도 궁금했거든. 놀러 와라 고기 구워 먹자. 신선한 당기는 제안이다. 바비큐 기계를 새로 도입했단다. 그렇다. 만나면 아무거나 주제가 되며 웃는 얘기들 그리고 먹는 것인데.. 엮어본다. 다행히 풍기 친구를 궁금해하며 관심 가지고 같이 내려갔던 친구들이라 그래라 하며 두 친구가 동조하니 날짜를 잡는다. 그날밤으로 날짜가 정해졌다. 사과 농장. 몇 해 전부터 수확할 때 가서 엉성하지만 도와주고 사과 듬뿍 싣고 오면 신났다. 모처럼 땀 흘려 일도 하고 쑤시지만 보람도 있고  그런 일 하기가 쉬운가? 마치 미국에 딸이 애 낳으면 친정 엄마가 가서 돌봐주고 오면 힘들어도 기억나듯이 그러다 애 안 낳아도 놀러 가듯 요번엔 놀러 간다. 내일. 우리 먹을 고기 사 가지고 간다. 날씨도 좋다. 기대된다. 모처럼 즐거운 편한 여행이 되길 바라며 오늘을 지난다.

같이 내려갈 멤버가 둘이다 모두 내겐 편하고 잘 배려해 준다. 나를 요즘 배려하기가 쉽지 않은데 둘은 잘 대해준다. 그들과 함께하니 좋다. 귀 나빠도  편하다. 열 시 교대역 만나  영종도에서부터 마다하지 않고 온 친구와 가다 동천역서 나머지 주장을 픽업한다. 동천역에 미리 새벽부터 나와 기다리는 듯 먼저 나와 있는 것이 기분을 좋게 한다. 김밥 사 왔을까? 아침으로. 그것보다 가다 휴게소에서 라면 가락국수 짜장 어묵 먹는 게 더 좋지만

예상대로 일이 굴러가기가 쉽지 않은데 어묵에 플러스 커피를 물주가 사며 고기 사느라 애썼다며 자기가 고기는 사기로 했다며 얼마냐니까 됐다며 안 받는다. 아니다 수고했다 받아라 선의의 실랑이를 한다 넉장을 주었다 두장만 받는단다. 양갈비가 비싼데 다 받아라. 아니다 일단 집어넣고 달달한 빵을 사서 차에 오르니 한결 마음이 좋고 푸짐하니 든든했다. 열 시 떠나 한시 도착! 개시로 새로 산 바비큐 기계에 소고기를 얹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별거 아닌 희득수구레한 얘기에 깔깔깔 제수씨가 기쁘게 반응한다. 친구는 새우 양갈비까지 신중하고 조심스레 굽는다. 정성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 제수씨는 집안 부엌을 수없이 들랑달랑 거리며 집안의 먹이고 싶은 것들을 친정엄마가 딸 온 것처럼 바리바리 내오니 한층 분위기가 들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었다만 시간이 많이 갔고 냉면과 키위와 사온 달달한 빵으로 후식을 먹은 후 친구가 손수 갈아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려 마시니 다섯 시가 됐다. 간다. 여름에 사과 수확 열흘 전 한번 더 오기로 했다. 아쉽게 작별을 했지만 먼 길을 달려온 것도 잘했고 준비하고 초청한 것도 잘했다. 감사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오이소박이 총각김치에 홍어 삭힌 것도 상추쌈과 함께 맛있었다. 오면서 낮에 산 남은 커피가 차에서 기다렸다가 졸음을 달래 주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물주가 끊임없이 쐈고 물까지 챙긴다. 동천역서 주장이 내리며 고깃값으로 받은 넉장 중 두장을 던진다 그리고 내렸으니 다음엔 고기 심부름을 못 시킬 것 같다. 기름값으로 한 장을 줘서 챙겼다. 그리고 동작역까지 안전하게 나의 맡은 사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피곤보다 오늘 좋았다는 생각이 마음에 가득했다. 모두 모처럼 시공을 초월한 듯 만나 즐거웠으니 이 또한 감사하다. 감사로 맺으며 영종도에 용인에 무사 귀가를 바라며 추석 전에 다시 한번 더 보기를 바라며..

그때는 땀이 나겠지만 사과가 주어지니 상큼하다.

모두 잘 지내고 삶에 좋은 일이 많기를.

오늘 고기와 점심 저녁 커피로 섬겨준 친구와 함께한 주장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풍기가 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 그것도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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