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가 알려준 이야기
어디쯤일까
앞을 보면 아직 먼 길,
뒤를 보면 까마득하다.
끝을 모르므로
지금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
묻고 또 묻는다.
어디쯤일까.
너무 늦었을까
아직 시간이 더 있을까
시간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그것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랐다.
시간을 안다는 건,
우리가 어디쯤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건
어쩌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픈 시간에 이르렀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햇빛을 받은 물결이 바람에
끊임없이 반짝거린다.
수 없이 반짝이고
끝없이 사라진다.
시간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
시간은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같다.
나는 흔들이는 물결이다.
나는 흘러가고
때론 반짝이다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내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