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저)을 읽고,
명백히 내 것이나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 그것은 마음이었다.
어느 날 나는 매우 낯선 모습을 한 나의 마음과 마주했다.
지나온 과거의 나로 설득해도
지금껏 나를 지탱해 온 신념을 내세워도
마음은 어느새 내 손아귀에서 달아나 마을 어귀 골목길을 돌아가 버렸다.
간신히 마음을 뒤쫓아가 다시 내 속에 담아 내려와
장지문을 굳게 닫고 고요 속에 눈을 감았다.
또다시 달아날까
숨죽이고 다스려도
다다미 여덟 장을 지나 문 틈 사이 삐져 들어오는 음영의 입자, 미소의 파동에
나의 감각 세포들은 꽃잎처럼 다시 피어났다.
도코노마 위 흔들리는 촛불의 그림자 뒤로 바람소리, 옷 주름 소리, 건네는 말소리, 돌아서는 소리
멈출 수 없는 의식의 추적 끝에
마주한 두려움은, 나를
탄성을 잃어버린 화석처럼 굳혀버렸다.
헛딛어 버린 발걸음 위에
멈춰선 마음은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서서,
더 이상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체
그 사이에 끼어버렸다.
머리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도 지나갔다.
수 차례 낙엽도 졌다.
나만 홀로 그 자리에 있었을 뿐,
부끄러운 마음 나눌 곳 없어
한 세상 이리 머물다
그만 단숨에 져버렸다.
어느 순간 더없이 커져버린 마음은 한 사람이 평생 지켜왔던 신념, 믿음, 윤리도 맥을 못 추게 할 만큼 강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그것을 홀로 짊어져야 하는 순간은 그들이 외로움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사람이 있었다면, K와 선생님은 이 생을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