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왔어.
지난 주말 훌쩍 강원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서울에서 두어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정말 오랜만에 찾아간 강원도...
우연히 들른 휴양림의 좁다란 오솔길을 걸었어.
그 길 사이에는 계곡이 쉼 없이 흐르고 있어서 물소리와 새소리가 걸음마다 따라왔어.
그렇게 걷다가,
키다리 나무들로 둘러싸인 둥근 평지에 이르렀는데
하늘 좀 봐봐
바람소리, 새소리 들리니?
숨 가득, 가을을 마시고
다시 내 안에 쌓인 것들을 '후'하고 내뱉었어.
가을이 내게 들어올수록
마음은 고요해졌어.
흔들리지 않아서가 아니었어.
바람이 쉼 없이
흔들어도
가을안에는 고요함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