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 Track.09 Seven Nation Army
2019.09.23 (월)
영국 런던 The New White Hart Lane
Track 09. Seven Nation Army
오늘의 BGM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곡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축구팬들의 응원가로 유명한 이 노래는 유로 2012를 시작으로,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수 입장 때 나오며 떼창하는 곡으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 노래가 바로 오늘의 일정과 큰 연관이 있다.
남자들이 영국에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축구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의 현장을 직접 바라보고 싶었다.
런던에 많은 축구팀들이 있지만, 현재 한국인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구단의 구장을 찾았다. 바로 SON의 구장,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의 New White Hart Lane Stadium을 방문했다.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내가 런던에 머무는 동안 토트넘 구장에서 경기가 없었기에 스타디움 투어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국 선수가 최고 수준의 스포츠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면 우리는 그 선수가 속해있는 팀을 자연스레 응원한다. 야구 메이져리그에서 활약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그리고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그런데 토트넘 핫스퍼는 손흥민뿐만 아니라 이영표도 주전으로 활약했던 팀이라 오랫동안 축구를 봐온 한국인이라면 더욱 애정을 표하게 되는 구단이다. 인터넷에는 '한국인이면 제발 토튼넘을 응원하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응원 강요는 하고 싶진 않다. 스포츠 팬에게 제일 힘든 건 바로 팀세탁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것과 별개로. 나야 해외축구를 보며 특정한 팀을 응원하지 않는 사람이라,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튼넘에 관심이 가는 정도다.
4시에 진행된 스타디움 투어에는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그분들과 나의 우선 순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토트넘 구장은 좁은 길가 옆에 큰 경기장이 위치해 있어서 고척돔과 같은 느낌이다. 토트넘 핫스퍼는 이전의 구장을 철거하고 2019년 4월에 New White Hart Lane을 개장했다. 신규 구장에서 최초 득점 기록은 바로 우리형 소니, 손흥민이라고 한다.
스타디움 투어 가이드가 알려주기를 구단과 토트넘 시민 팬들과 소통을 수월하도록 마을과 가깝게 위치를 잡았다고 한다. 무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축구장을 둘러보며 경기마다 만원관중을 이루는 영국인들의 축구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선수 락커룸에서는 흥미로운 TMI를 하나 알게되었는데, 손흥민은 축구장에 오면 모든 선수들, 감독과 코치, 그리고 직원들까지 핸드쉐이크 세레머니를 한다고 한다. 역시 손‘흥’민 다웠다. 또한 토트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TOP2가 바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라고 한다. 현지 팬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우리 형 보면 볼수록 멋있어진다.
투어를 마치고 스토어에서 너무나 사고픈 기념품들이 많았지만, 잊지 말자 나는 짠내투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고 끝에 토트넘 핀뱃지를 구매하고선 토트넘 구장을 떠났다. 다음엔 반드시 경기 직관을 하리란 런던여행의 명분을 만들고 놓고서.
토트넘 스타디움 구장 투어를 하기 전에는 노팅힐을 함께 다녔던 동행과 다시 만났다. 동행과 나는 공교롭게도 내일 런던을 떠나는 일정이었다. 런던을 떠나기 전, 혼자 여행 온 사람들끼리 런던 맛집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자고 약속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캠든 타운을 한 바퀴 둘러보고, 코벤트 가든에 있는 Flat Iron으로 향했다. Flat Iron은 한국인들에게 스테이크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Flat Iron은 여러 지점이 있지만 코벤트 가든 지점만 유일하게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갔다. 이 집 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었던 맛집이었다. 디저트가 메인 요리를 이기는 맛집이라니....아이러니하다.
점심 이후에는 코벤트가든을 둘러보며 메종 베르토(Maison Bertaus) 찻집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반드시 해봐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찻집에서 홍차 마시기다. 흔히 영국에 오면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많이 맛보는데, 호텔의 애프터눈 티는 나와 같은 짠내투어자에게는 사치다. 호텔 애프터눈 티는 양도 많을 뿐더러, 가격도 비싸고, 옷차림도 신경써야 한다.
반면, 좀 더 대중적인 방법으로 영국 홍차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크림 티 (Cream Tea)다. 크림티는 영국 스콘에 크림과 딸기잼을 발라 홍차와 함께 먹는 걸 말하는데, 영국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디저트로 손색이 없다. 나른한 오후에 달달한 딸기잼이 발라진 스콘 한 입, 그리고 홍차를 살짝 마셔보라. 온몸에 안온한 기운이 퍼져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런던을 즐기는 마지막 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게 잊지 못할 하루였다. 런던에서의 8일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지금은 공사중인 빅벤을 보기 위해서, 토트넘 핫스퍼에서 손흥민 경기 직관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크림티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런던에 다시 와야겠다. 이제 내일은 또 다른 축구도시이자 음악도시인 리버풀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