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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10 Hey Jude? Hey Joon!

영국 리버풀 Track10. Hey Jude - The Beatles

by 한스
2019.09.24 (화)
영국 리버풀
Track.10 Hey Jude - The Beatles




Hey Joon, Don't Be Afraid

2_리버풀 (7).jpg Welcome to Liverpool



8박 9일동안 정들었던 런던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하늘은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유스턴역으로 향했다. 캠든타운에서 유스턴역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지하철로 몇 정거장을 가니 유스턴 역에 도착했다.


런던에서 중부지역으로 향하는 기차는 유스턴역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서울도 서울역/용산역/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들이 다르듯이 런던도 마찬가지다. 중북부는 유스턴역, 유로스타는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출발하는 식이다.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기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런던을 뒤로 한 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영국의 대표 열차 '버진 트레인(Virgin Train)'은 나를 리버풀로 향하게 할 것이다. 런던에서 두 시간 반동안 기차를 타고 오늘의 여행지 리버풀에 도착했다. 영국 중부, 머지사이드 지역의 대표 도시인 리버풀에 왔다. 런던서 출발할 때와 비가 내리는 하늘은 여전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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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할 런던의 유스턴 역 (좌) 리버풀의 중앙역 Liverpool Lime Street Station (우)




황당한 일에 당황하기도, 어이가 없기도 했던 하루

20190924_154615.jpg Is it yours?


리버풀에 도착한 뒤의 여행 계획은 World Museum이나 Liverpool Tate 미술관을 가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왜냐고? 숙소로 향하는 도중에 그만, 캐리어의 한쪽 바퀴가 박.살.나버렸기 때문이다.


비는 내리고, 캐리어 바퀴는 박살이 났고, 캐리어는 끌리지 않고, 여기는 리버풀이고, 어디서 어떻게 이 상태를 해결해가야 하는지.


사고는 정지되었고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근데 상황이 하도 어이가 없으니 실소가 터져나온다. 나의 캐리어 바퀴는 그동안 가족들이 갔던 여행에 하도 시달렸는지 이번 리버풀 돌길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파업을 선언해버렸다.


나가떨어진 캐리어 바퀴가 굴러굴러 한 영국인 남자 발 앞에 멈춰섰다. 그 남자는 빗속에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나를 보며 물었다.


"Is it Yours??"


영국신사의 세심한 배려(?)에 캐리어 바퀴를 받아드리긴 했으나, 캐리어를 수리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니였다. 이미 캐리어로써 수명은 다했다.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캐리어를 들고 숙소까지 이동했다. 체크인하기엔 이른 시각에 도착했기에, 일단 짐을 맡기고 스태프에게 캐리어를 살만한 곳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Primark이란 의류 및 잡화를 저렴하게 파는 브랜드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캐리어를 35파운드를 주고 구매하게 되었다. 무려 우리돈 5만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상치 못한 지출를 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오늘은 실소만 터져 나왔다. 그리곤 생각했다. '역시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의외성의 연속이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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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너와 나의 인연인가보다 (좌) 잘 부탁해, New Carrier!! (우)





그래도 리버풀을 보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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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후, 정신을 추스렀다. 오히려 새롭게 더 넓은 공간을 지닌 캐리어를 맞이해서 다행이었다. 그래 비록 정신승리라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수습하고 보니 이미 World Museum과 Liverpool Tate 미술관은 폐관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볼 수 없는 시간이기에 과감히 포기하고선 알버트 독(Albert Dock)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구도시인 리버풀의 가장 대표적인 스팟인 알버트 독은 런던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런던은 세계적인 대도시답게 바쁘고 사람들도 많고 다양한 인종들이 산다면, 리버풀은 느긋하고 북적거리지 않고 아시아인은 보기 힘든 곳이었다. 특히 한국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리버풀은 도보 30분안에 모든 관광 명소가 다 있기에 충분히 걸어다니며 다닐 수 있었다. 리버풀의 거리를 다니면서 발라드가 BGM으로 어울리는 도시라 생각들었다. 흐린 날씨, 적당히 우울한 분위기, 그리고 무채색이 어울리는 분위기였기에.


플레이리스트에 여러 노래가 있었지만 역시 리버풀이니 비틀즈의 Hey Jude를 제칠 노래는 없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라는 리버풀FC의 명감독 ‘빌 샹클리’의 명언에 걸맞는 노래이지 않은가. 특히 비틀즈가 처음 공연을 시작했다는 매튜 스트리트의 캐번 클럽을 지나갈 땐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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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4_181024.jpg 비틀즈가 처음 공연했던 캐빈 클럽




당신이 리버풀에 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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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여행 온 사람들은 주로 런던에서만 머무르고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런던만 봐서는 영국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그나마 리버풀에 오는 사람들은 리버풀FC 축구팬인 경우가 많다. 축구 직관이 주 목적인 그들에겐 리버풀은 그저 당일치기로 오는 도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버풀은 하루쯤은 머물만한 도시였다. 런던과는 다른 항구도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알버트 독에서 바라보는 대서양의 바다, 열광적인 축구 팬덤 문화, 그리고 리버풀 특유의 감성을 지닌 4인조 가수의 노래까지. 영국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영국여행을 되돌아 봤을 때, 비틀즈의 노래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는 런던이 아닌 리버풀였다.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런던과 다른 잉글랜드 항구도시의 로망을 지닌 리버풀로 꼭 와보시라고.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리버풀 여행을 Don't Be Afraid 하시라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황당한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Don't Be Afraid 하게 되는 도시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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