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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15. 2020

Track 11. I Miss My Team

영국 맨체스터 Track11. I Miss Myself-NOTD&HRVY

2019.09.25 (수)
영국 맨체스터 당일치기
Track.11 I Miss Myself - NOTD & HRVY





맨체스터 : #산업혁명 그리고 #축구


오늘은 리버풀에서 당일치기로 떠나는 날이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다행히도 빗겨갔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맨체스터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맨체스터는 내게 도시의 키워드로 알려진 건 두 가지다. 맨체스터 더비로 유명한 축구와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다.


세계사를 공부하면,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맨체스터다. 맨체스터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방직과 방적산업을 크게 부흥시켜 대도시로 성장한 도시다. 맨체스터의 산업과 과학박물관에 가면 ‘산업혁명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고안한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적기를 볼 수 있는데, 대단한 건 알지만 어떤 원리인지를 이해하기엔 잘 모르겠다. 


산업과 과학박물관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적어 아쉬웠다. 산업혁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산업혁명을 통해 바뀌어진 인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 수준의 체험 공간이 많았다. 맨체스터의 산업혁명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왔나보다. 




우상이 뛰던 꿈의 구장 vs 최상급이 된 부자 구단


과학과 산업박물관의 실망감을 뒤로 하고, 트램을 탔다. 맨체스터 시내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트램을 타면 축구장이 나오는데,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그라운드, 올드 트래퍼드 (Old Trafford) 스타디움이다. 


스타디움 온라인 예매가 안되길래, 현장구매하려 갔더니 아뿔싸 오늘 풋볼리그컵 경기가 있어서 스타디움 투어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일치기 일정을 세울 땐 풋볼리그컵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다.


경기를 보고 싶지만, 리버풀로 돌아가는 버스가 7시 30분 버스였기에 경기 시간과는 맞지 않았다. 경기를 볼까도 고민했지만, 티켓 가격이 예산을 벗어나는 금액이었기에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다. 결국 경기장 한 바퀴를 둘러보며 이곳저곳 구경하며 나왔다.      


박지성에 대한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경기장 외부에선 챔피언스리그 우승 사진에서 작게 나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박지성에 대한 흔적은 스타디움 투어를 해서 박물관 투어를 하면 볼 수 있는데...그걸 못하고 가다니 통탄할 일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가보았으니, 이번에는 동쪽의 정반대에 위치한 맨체스터 시티의 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Etihad Stadium)을 가보았다. 트램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맨체스터 시티의 팀컬러인 하늘색이 전면으로 배치된 신식 구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100년 넘은 전통의 구장 모습이라면, 맨체스터 시티는 새롭게 도약하는 신식 구장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만수르의 자본력으로 기깔나게 경기장 하나 잘 지은 것 같았다.   


에티하드 스타디움도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하지 않는 날이었다. 사실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스타디움 투어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특별히 응원하지 않는 팀이라서, 한국선수가 몸담았던 팀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에티하드 스타디움도 밖 외관만 크게 한바퀴 구경하고 맨체스터 시내로 향했다.






나의 팀에 대한 생각이 다시 들다


맨체스터의 두 팀의 경기장을 보고 나니, 새로운 구장에 신기하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TV로 보던 경기장을 보았다는 정도의 신기함이 다였다.


토트넘 경기장 스타디움 투어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세계적인 팀이라 하더라도 내 팀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토튼넘은 그래도 손흥민이라는 대한민국 선수가 뛰어서인지 일종의 소속감이 들긴 했다.


반면 맨체스터의 두 경기장에선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맨유나 맨시티나 모두 세계적인 팀이긴 하지만 내가 올드 트래퍼드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가서 응원을 쉽사리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맨유와 맨시티 모두 그 팀의 팬이라는 소속감과 애정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맨유나 맨시티의 팬도 아니고 말이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K리그가 부흥을 이룰 때, 가족과 함께 부천SK(현 부천FC 1995)를 종종 응원하러 갔었다.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부천 서포터즈인 헤르메스의 응원을 보며 팀을 응원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부천은 강팀은 아니었기에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지만, 경기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해주는 선수들을 향해 응원하는 게 재밌을 뿐이었다. 


오늘 세계적인 팀들의 구장을 보면서 문뜩 그때의 기억이 나는 건 뭘까. 내가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내서 쉽게 경기장을 방문하고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는 내 연고지의 팀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팀이 아무리 못하더라도 내 팀은 내가 깐다는 생각으로, 오늘 경기에서 지면 다음엔 안 본다고 다짐하건만 내일만 되면 다시 경기를 보게 되는 ‘내 팀’을 나도 가지고 있음을 상기하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시절 부천SK를 응원하던 꼬마는 종목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인천 SK와이번스를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내 고장을 연고지로 삼은 팀들의 경기를 보러 가봐야겠다. 쉽게 갈 수 있는 팀에 애정을 가져봐야겠다.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선수들을 응원하는 그 팀이 내 팀이고 가장 세계적인 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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