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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19. 2020

Track.15 진빠지는 파리 입성기

프랑스 파리 Track.15 Words in Between-Lindh

2019.09.29 (일)
영국 에딘버러 공항 -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Track.15 Words in Between - Lasse Lindh




무릇 여행지를 떠나는 날에는


여행지에서 떠나는 날은 여러 감정이 일어난다. 

그것이 무릇 여운이기도 하고, 진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낯설음은 짧은 시간에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도시가 내게 주었던 잊지 못할 기억들 때문일까, 에든버러에서의 여행은 더 머물고 싶다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다시 찾아오리라는 만남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에든버러를 떠나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 날이다. 에든버러를 떠나는 발걸음에는 아쉬움보다는 도시에서 느낀 여운이 더 길게 남았다. 칼튼 힐에서의 두근거림, 바람이 불던 아서스 시트, 고풍스러운 에든버러성과 로얄마일,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골목들까지. 에든버러에서 잊지 못할 기억들을 머릿속에 가득 담아둔 채,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내에서 30분동안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왔다. 오늘의 여행기는 유럽 대표 저가항공사인 이지젯(EasyJet Air)이다. 라이언 에어와 함께 저가항공으로 명성과 함께 연착과 지연, 그리고 깐깐한 수화물 규정으로 악명이 높은 항공사이지만 나와 같은 짠내여행자에겐 이만한 여행사도 없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13시25분 항공편은 14시05분으로 지연되었다. 역시 이지젯답다. 이제는 새삼 놀라지도 않다.     


이지젯의 연착과 지연은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창공 아래서


Chapter 1. U.K Travel End

에든버러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동안 하늘을 달렸다. 유럽여행의 첫 번째 챕터인 2주간의 영국 여행을 마치는 순간이다.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크게 7개의 챕터로 구성했다. 영국-프랑스-스위스-동유럽-이탈리아-남프랑스&포르투갈-스페인 총 7개의 큰 챕터로 계획의 틀을 짰다. 런던-리버풀-에든버러로 이어진 2주간의 영국 여행을 무사히 마쳤고, 이제 두 번째 챕터인 프랑스로 넘어간다.


지난 영국여행에서는 영국답지 않게 맑은 날씨로 여행하는 기간에 좋은 추억을 핸드폰에 담을 수 있었다. 지난 여행에서 물갈이의 아픔으로 아쉬움 가득했던 런던에서의 기억은 이젠 너무나도 좋은 추억으로 덧칠해졌다. 당시의 아쉬움을 하나씩 채워나갔고, 새로운 여행의 명분을 만들어 나갔다.


또한 처음 가본 리버풀, 맨체스터, 그리고 잊지 못할 에든버러까지 영국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런던 이외의 도시에서 특색을 지닌 이야기를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언제 다시 영국에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유럽에 온다면 영국은 첫 손가락에 여행지로 꼽지 않을까 싶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파리 입성기

Welcome to Paris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되었다.

두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유럽 본토의 심장부에 도착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유럽 본토의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부터 시작이다. 근데 첫 시작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파리 시내로 가는 RER 열차를 타는 순간부터 영국과 다른 소매치기 습격에 대한 긴장의 끈을 잡느라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오후 6시대에 RER 열차를 타니 서울 9호선 못지않은 지옥철이 펼쳐진다. 지옥철에서 캐리어, 배낭, 크로스백을 잡으며 혹시나 누군가 내 짐을 탐하지 않을까하는 긴장하면서 갔다. 거기에 각 인종들의 땀냄새는 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RER 열차에서 내려 메트로로 환승할 샤뜰레역에 도착했다. 나는 샤뜰레역에서 11호선을 타고 숙소로 향해야 했는데, 11호선이 공사로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접했다. 쉽지 않았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라 하지만, 그 순간에 느끼는 허무함과 지침은 피해갈 수 없었다. 별 다른 방법은 없기에 결국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며 돌고 돌아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식사 시간이 애매해 점심도 건너뛰며 숙소에 오니 기진맥진 진이 다 빠졌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들에서 엘리베이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기에, 계단으로 캐리어를 들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동안 다리는 후들거리고, 손아귀에 힘은 떨어져갔다.


파리에서의 숙소는 한인민박이었다. 민박집 사장님으로부터 공지사항을 듣고, 숙박비를 지불한 뒤에 바로 저녁식사를 들었다. 한식이 그리워질 때 쯤, 적절하게 한인민박에서 한식으로 배를 채웠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가는게 맞아떨어졌다.


파리가 내게 첫인상은 유럽 본토여행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게 한 것 같았다. 영국에서와는 다른 여행이 앞으로 일어날 암시를 보여준 듯 했다. 진이 빠져 어디 관광지를 가기엔 피로한 하루였다. 이렇게 여독이 가득한 날에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코인빨래방에 가서 그동안 밀렸던 빨래를 하며 내일 일정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밀린 빨래가 세탁기에 돌아가는 걸 보며 하루의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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