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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20. 2020

Track.16 센치함의 극단, 갬성의 파리

프랑스 파리 Track.16 Tror du att han bryr sig

2019.09.30 (월)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투어
Tror du att han bryr sig - Benjamin Ingrosso & Felix Sandman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마음가짐


본격적인 파리 여행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아침에 호기롭게 숙소문을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핸드폰 유심의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다. 영국에선 잘만 되던 유심이 파리에 오더니 말썽을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니 당황했다. 하지만 영국서 캐리어 바퀴가 빠지고, 길에 잘못 들어가는 등의 문제를 잘 해결했듯이 이번 문제도 침착한 마음으로 해결법을 모색해나갔다.


우선 공공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 나섰다. 유심 문제가 발생하면 유심 업체와 24시간 동안 카톡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펠탑과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와이파이에 접속해 유심 업체와 카톡으로 연락을 하며 해결책을 강구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분명 여행지에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은 사람들이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유심 데이터 접속 문제 해결법을 검색해 적용해봤다. 그렇게 반나절을 핸드폰과 씨름하다가, 겨우 수동으로 통신사를 설정하는 법을 알게 되어 데이터를 연결했다. 


그 이후로 유심 데이터가 잘 터졌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노트에 해결방법을 적어두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맞이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태도를 더 배운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해결법을 차근히 알아가는 태도를 이번 여행에서 배웠다.




몽마르뜨 언덕에 숨겨진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다

몽마르뜨 언덕 마루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전 세계 언어로 적힌 '사랑한다'는 말로 가득했던 '사랑해 벽'



반나절의 시간을 유심과의 씨름으로 보내니, 투어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집합장소로 향했다. 파리의 첫 번째 일정은 몽마르뜨 언덕이었다. 물랑루즈, 예술가들이 모여있던 감성동네이지만 소매치기, 팔찌단, 그리고 강매단으로 악명이 높은 동네이기도 했다. 동행을 구해 다닐까도 생각했지만, 소매치기 악명 속에 감춰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싶어 워킹투어를 신청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몽마르뜨 언덕 워킹투어는 '사랑해벽'에서 시작한다. 세계 각국의 언어들로 쓰여진 '사랑해'란 말로 벽면을 가득 채웠다. 한국어로 '나 너 사랑해'가 적혀있었다. 사랑해벽을 보면서 인간이 느끼는 '사랑'은 보편적 감정인 동시에, 과거-현재-미래에도 영원히 소망하는 감정의 1순위라는 걸 느꼈다. 표현방식은 달라도 '사랑해'란 의미는 동일한 '사랑해벽'을 보니, 괜시리 손발은 오그라들고 마음은 몽글몽글해졌다.


워킹투어를 하면서 가이드께서 파리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오늘의 BGM도 가이드의 파리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Tror du att han bryr sig>는 연애 리얼리티 쇼 '하트 시그널'에 삽입된 곡이기도 하다. 노래의 분위기, 감성적인 멜로디가 파리와 몽마르뜨에 어울렸다. 그렇게 파리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몽마르뜨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내가 예술가의 빙의된 마냥 감성에 심취했다. 


그 당시 가난하고 찌질한 예술가들은 예술 사조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되었다. 그들이 예술의 한 획을 그으니 그들이 가난하고 찌질하게 있던 동네 몽마르뜨가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니, 만약 나와 내 사람들이 그러한 인물들이 된다면 어떨까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독서 토론 멤버들과 모여 문학과 시국을 토론하던 학교 앞 ‘셋다리 치킨집’, 멘토들이 성공적인 캠프를 기원하던 ‘마포 도원빌딩’, 그리고 요기요 인턴(YC) 22기들이 회포를 풀던 서초동 회식골목 등이 나와 함께한 사람들의 자취가 묻어있는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치 20세기 몽마르트에 모여살던 예술가들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파리의 감성은 역시 밤에 발휘된다

낮과 밤에 따라 다른 감성을 지닌 파리의 에펠탑


오후 동안 진행된 몽마르트 워킹투어는 무사히 털린 것 하나 없이 무사고(?)로 마무리되었다. 가이드가 주요 소매치기 스팟에서 주의를 계속 해주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워킹투어를 통해 나는 몽마르뜨 언덕을 비롯해 전반적인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워킹투어에서 들은 파리 배경지식은 이후 파리를 여행하는 기초가 되었다.


몽마르트의 감성선을 연장하고자 동행을 구해 에펠탑 야경을 보러 나섰다. 예술가가 된 듯한 착각의 감정이었던 낮의 파리와는 다르게 밤에 파리는 본격적으로 도시의 감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명들이 도시를 빛내고, 길거리에는 샹송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몽글해졌던 감정은 밤이 되니 감성에 취해 자몽해졌다.


동행들과 함께 에펠탑 야경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검게 빛을 감춘 하늘에 에펠탑이 고고히 빛을 낸다. 그리고 정시가 되자 에펠탑은 조명빛의 산란이 퍼지며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다. 파리의 밤하늘을 빛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센치한 감성에 정신이 혼몽해졌다.     


파리는 런던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모던한 느낌의 런던과 다르게 파리만의 감성적인 야경이 쉼없이 계속 된다. 파리는 감성이 메마른 사람에게도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 센치하게 만드는 마성의 도시였다. 안그래도 갬성적인 사람인 나에게 파리는 센치함의 극단을 보여주려 작정했나보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아무리 눈으로 담아도, 전혀 질리지 않는 파리의 밤.

파리에 머무는 매일 밤마다 감성에 한껏 취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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