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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23. 2020

Track.18 작은 영웅들을 위한 시

프랑스 파리 Track.18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2019.10.02 (수)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 판테옹
Track.18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루브르 박물관 : 방대한 문화재 대모음장

루브르 박물관


파리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가을바람이 제법 부는 거리를 아침부터 나선다. 언제나 사람이 붐비는 파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보기로 한다. 절대왕정의 상징이자, 문화재의 집합소. 루브르 박물관에서부터 오늘을 시작한다.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이은 3대 박물관 도장깨기의 두번째 단계로 루브르 박물관에 왔다.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궁전을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공간이기에 매우 매우 넓다. 따라서 너무나 방대한 유물과 작품들이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효율적으로 다니려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다. 지난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혼자 왔을 때, 하루 종일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길을 헤매 나가는 길조차 찾지 못했던 아찔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꼭 도슨트 투어를 하는 걸 추천하는데, 가이드의 알기 쉬운 설명과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차마 듣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까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루브르 박물관에는 기원전부터 2월 혁명이후 공화정이 들어선 1848년까지의 유물과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 이후의 작품들은 오르세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에 있다고 한다. 루브르는 궁전이던 시절 왕가의 컬렉션, 대혁명 때 귀족으로부터 몰수한 재산, 그리고 나폴레옹 1세가 전쟁 중 약탈한 전리품이 모여 거대하고도 방대한 문화재 대모음장이 되었다고 한다.      


시대 순으로 유물과 예술작품을 보려면, 루브르 박물관 - 오르세 미술관 - 퐁피두 센터 순으로 관람하면 된다. 이 말을 듣고서 나도 오늘은 루브르, 내일은 오르세, 모레는 퐁피두 센터 순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루브르의 슈퍼스타 알현하기

루브르 박물관의 슈퍼스타 모나리자 (사진 속 모나리자는 플랜카드 이미지)


루브르 박물관에는 수많은 유물과 작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꼭 봐야하는 작품은 3가지다.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의 슈퍼스타다.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방법은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자 마자 보는 것이다. 왜냐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기나긴 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나리자의 인기 때문에 박물관 측에서도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 그리고 전시 공간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해 들여보내 짧은 시간동안 관람하게 한다. 슈퍼스타 알현하기 너무나 힘들다.


모나리자를 막상 만나게 되면, 모나리자 작품보다는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 렌즈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렌즈 안에 모나리자를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루브르 박물관에 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모나리자를 찍어댄다. 


물론 나도 처음엔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안그래도 짧은 관람시간에 사진을 찍느라 작품을 관람하지 못하는 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냥 차라리 눈에 담아가자고 생각했다. 눈에 담기에도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루브르 직원들 얄짤 없었다.




작은 것들이 구국의 영웅으로 나아가는 과정

오늘날의 프랑스 영웅은 중세의 성녀 잔 다르크와 근대의 혁명세력 시민들이다


짧았던 모나리자 관람이 끝나자 본격적인 도슨트 투어가 시작되었다. 모나리자 전시장 안에서 작품설명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기다리는 동안 미리 들었다. 모나리자 이후부터는 작품을 보면서 설명이 가능한 정도였다. 


도슨트 투어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주요 작품들을 위주로 전체적으로 훑어주었다.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 등을 비롯해 그리스 조각상, 주요 회화 작품 들을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나중에 기억하려고 핸드폰 메모장에 열심히 도슨트의 설명을 받아적었다. 세 시간의 도슨트 투어가 한 학기 학교 교양수업보다 훨씬 더 교육적이었던 시간이었다.    


도슨트 투어가 박물관 내부에서 마무리되면서, 도슨트는 작품 설명을 토대로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는 걸 추천했다. 도슨트의 추천대로 내 방식대로 작품을 보러 박물관을 누볐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 잡은 작품은 두 가지였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샤를 7세 대관식의 잔다르크>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었다. 두 작품은 프랑스의 영웅을 화폭에 옮겨놓아 인상 깊었다. 중세의 성녀이자 구국의 영웅인 잔 다르크와 프랑스 혁명을 이끈 시민세력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든 영웅이라 생각했다. 


한 소녀가 영웅이 되어 구하고, 다수의 민중이 영웅이 되가는 과정을 보며 영웅들을 위한 찬사를 느낄 수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들이 구국의 영웅이 되는 서사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영웅들을 위한 시

프랑스 호국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 판테옹
혁명을 이끈 민중은 프랑스를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이다



호국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판테옹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와 다른 유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루브르에서 본 두 작품들이 뇌리에 깊이 남아서 오늘의 일정을 '영웅'이란 키워드에 어울리는 장소로 구성했다. '영웅'이란 키워드에 어울리는 장소, 판테옹으로 향했다.


판테옹은 개인적으로 파리에서 제일로 뽑는 장소 중 하나인데, 바로 호국의 영웅들이 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신전’이라는 이름의 판테온은 로마에서부터 온 종교적인 장소이지만 파리의 판테옹은 조금 다르다. 종교적인 역할과 함께 혁명을 기리는 역할도 같이 하고 있다. 건물들 사이에 거대한 돔과 신전의 모습으로 위엄을 자랑하는 판테옹은 들어가면 정확한 구의 모양을 지닌 돔을 만날 수 있다.


판테옹은 프랑스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바로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자유, 평등, 박애. 혁명의 정신에 부합되는 영웅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벽화와 조각에는 혁명정신과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가치를 볼 수 있다. 예수님과 성모마리아, 그리고 미카엘 천사로 보이는 국교 ‘가톨릭’, 성녀 잔다르크로 나타나는 ‘구국의 정신’, 혁명의 조각상이 품고 있는 ‘민중의 힘’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든 가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하에는 그 정신에 부합되는 영웅과 인물들이 영면하고 있는데, 프랑스 국민작가 ‘빅토르 위고’부터, 프랑스 대표 과학자 ‘퀴리 부부’, 계몽주의의 문을 연 ‘장 자크 루소’와 철학가 ‘볼테르’, 사실주의 문학의 시발점인 ‘에밀 졸라’까지 만날 수 있었다.      



판테옹의 한 쪽 벽면은 오직 잔 다르크를 위한 벽이다. 프랑스를 구한 작은 소녀는 그들에게 성녀이자 호국의 영웅이었다





작은 영웅들을 위한 시


어제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절대왕정의 힘을 느꼈다면, 오늘은 구국의 영웅들이 된 민중의 힘을 느꼈다. 파리를 다녀보면 혁명의 국가답게 혁명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재가 많다. 프랑스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한 영웅들도 물론 많지만, 오늘날의 프랑스가 추구하는 영웅은 자유,평등,박애를 위해 들고 일어난 보잘 것 없는 작은 영웅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BGM을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선정했다. 프랑스 못지 않게 우리도 작은 민중들이 힘을 모았던 경험이 많다. 2017년 촛불혁명 때 나도 광화문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었다.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작은 영웅들은 힘을 합쳤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들은 많지만 나와 같은 작은 것들은 그 때마다 힘을 모을 것이다.


한인민박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함께 에펠탑 앞에서 야경을 보며 와인 피크닉을 펼쳤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오늘의 BGM을 틀었다. 야경을 보러 온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 노래를 안다며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BTS의 인기를 실감하면서, 이들이 말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파리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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