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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24. 2020

Track.19 꿈은 없구요 놀고 싶습니다

프랑스 파리 Track.19Je Ne Veux Pas Travailler

2019.10.03 (목)
프랑스 파리 오르세 & 오랑주리 미술관
Je Ne Veux Pas Travailler - Edith Piaf




천천히 예술을 맛보러 나가는 길

근대의 상징인 기차역에 근대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생각에 감탄하고 만다


몽마르뜨 워킹투어, 지베르니&베르사유투어, 그리고 루브르박물관 도슨트투어까지 계획했던 투어 일정이 끝났다. 오늘부터는 나만의 시간으로 여유롭게 다녀보았다. 천천히 나갈 준비를 마치고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공화정이 출범한 1848년부터 1차 세계대전 승전한 1919년까지의 예술작품들이 모여있다. 오르세 미술관이 기대되었던 이유는 투어에 갔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가 배경이 된 고흐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투어 중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의 처절했던 생애와 작품 설명을 들어서인지 고흐에 감정이입이 된 채 작품을 오롯이 바라볼 뿐이었다. 처절한 현실의 반증인 예술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전과 달라졌다. 고흐 뿐만 아니라 몽마르뜨투어에서 설명들은 인상주의 화가들, 지베르니에서의 모네 등 투어에서 들었던 작가들의 배경지식이 있어서인지 작품을 보고 느끼고 감상하는데 있어서 더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근대 미술을 집대성한 공간이었다. 기차역이었던 오르세역을 작품으로 다 채울만큼 많았는데, 그래서 12시에 들어간 미술관에 4시 가까이 돼서 나올 정도였으니 할말 다 했다. 오르세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바꾼 기가 막힌 용도변경에 감탄하고 간다. 그리고 절대왕정의 상징인 루브르 박물관에 대비되도록 근대시기의 상징으로 오르세역을 미술관으로 바꾼 치밀한 그들의 계획에 놀랄 뿐이었다.      


작품 속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는가. 무엇을 눈빛으로 말하려 하는가




앞으로의 걱정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시간을 되돌려 놀고만 싶다





화가의 고정관념 깨부수기



오르세 미술관을 본 뒤에 가까이 위치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오랑주리는 1층은 모네의 수련, 지하에는 피카소, 르누아르, 세잔 등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가보니 지하 전시관은 리뉴얼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이 가장 메인이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모네의 수련도 지베르니 투어에서 직접 본 모네의 정원이 떠올랐기에 작품 감상의 폭이 더 커졌다. 예전에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을 봤을 땐 큰 감명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직접 배경에도 갔다오고, 기본적인 배경지식도 알게 되어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달랐다.      


세계 1차대전에 승리한 프랑스에서 모네에게 승전 기념용 작품을 요청하는데, 당시 녹내장이 있던 모네는 눈이 보이지 않는 채로 엄청난 크기의 대작을 그린다. 총 6편의 수련 작품, 빛이 반사되는 지베르니 물의 정원의 풍경을 눈이 멀어가는 순간에도 놓치지 않으며 커다란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 정도면 작품을 향해 처절하게 병마에 저항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동안 나는 화가들이 여유롭게 시대의 감성을 캔버스에 담아두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빵모자에 파이프담배를 물고선 한 손에는 파레트를, 한 손에는 유유자적한 붓칠을 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오르세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만난 화가들은 여유보다는 처절함을 캔버스에 담아두는 것에 더 가까웠다. 때론 경제적인 현실에, 때론 눈이 멀 정도로 아픈 병마에, 때론 미쳐버린 머릿속 자신의 모습에 끊임없이 싸우고 이겨내며 그림을 그려낸 사람이라는 걸.      


르누아르 그림이 좋아서 엽서로 구매했다.





꿈은 없구요, 놀고 싶습니다


오늘의 BGM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가수인 에디 피아프의 노래로 ‘일하기 싫어요’라는 뜻의 제목이다. 일하기 싫고 취미로 그림이나 그리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러 간다고 생각한 나는 그들의 처절하고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그림을 보며 화가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유유자적 예술의 세계에 심취했을 것만 같은 예술가의 삶조차 처절하고 지독한 현실의 삶이었다니, 더욱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1년 반동안 나름의 직장생활을 경험했기에 더 일하겠다는 마음이 더욱 신중해진다. 평생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린 예술가의 생활도 고달팠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직장에 다니는 건 더욱 고역일테니까. 일하는 것에 대해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라 한다면 일하는 행위의 원동력은 떨어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일을 경제활동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일이란,

돈을 버는 경제활동이자 내 역량을 보여주는 인정의 행위다.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행하는 자아 실현의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어느 정도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


일하지 않고 놀고만 싶지만,

그 동안의 취업준비를 겪어보니 일하지 않는 것도 고된 일이다.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게 제일 고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거리를 정하는 데 신중하되, 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시간이 지나 글을 쓰는 시점에서 여행을 바라보니 놀고 있을 때가 가장 좋긴 하지만, 일을 할 수 있기에 노는 시간이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놀 시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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