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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r 30. 2020

Track.24 정말 무서웠던 스위스 사람들

스위스 인터라켄 Track.24 Get - Urban Zakapa

2019.10.08 (화)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 
Track.24 Get - Urban Zakapa




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을까?


스위스에 입성하기란 쉽지 않는 여정을 가는 것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스위스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이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아침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일찍 터미널로 나왔건만, 40분동안 출발이 지연되었다. 뭐, 유럽에서 지연은 흔한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오늘 하루는 왠지 이동하다 끝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살짝 들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들어맞을까.


11시에 버스는 스트라스부르 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바젤역에 도착 예정 시간은 오후 1시 5분. 이동시간동안 한 숨 푹 자고자 맘편히 눈을 감았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꽤나 달린 것 같은데, 뭐지 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는 걸까? 1시 5분에 바젤역에 도착 예정인 버스가 40분 지연되면 1시 45분쯤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지. 길이 막혀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은 배로 늘어났고,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만 있었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시간이 여유있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바젤공항 정류장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정말 무서웠던 스위스 사람들


버스가 바젤 공항 버스터미널에 정차했다. 당연히 버스 루트 중 들르는 정류장이라고 생각했다. 창가 커튼을 잠시 제껴보자 무서운 표정의 스위스 입국심사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기분 전에도 느낀 적 있다. 입대 날 군대 훈련소에서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 훈련소 조교들에게 둘러쌓였던 그 날의 기억이 순간 눈 앞을 지나갔다.


스위스 입국심사관들은 버스에 성큼성큼 오르더니 여권을 보여달라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여권만 확인하고 지나간다. 근데 나보고 내리라고 하지 않는가? 뭐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결국 비EU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따로 내려서 출입국 사무소로 향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짐 검사와 몇 가지 추가적인 질문을 받았다. 질문 내용은 "앞으로 며칠 더 여행할 건지, 스위스에 머무는 숙소는 어딘지, 스위스에서 어디로 넘어갈 건지였다." 뭐 질문 받는거야 절차상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딱딱하게 무표정으로 물어보는 태도에서 긴장감을 느끼긴 했지만.


긴장의 최고조는 짐 검사를 받는 과정이었다. 입국심사관들은 캐리어를 펼쳐 짐 하나하나를 꺼내서 이게 뭔지 물어봤다. 특히 비상약으로 가져온 약들을 매우 유심히 봤다. 흡사 마약이 아닌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나의 해명을 기다렸다. 나는 비상약임을 증명하며 약을 가져온 목적과 효능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줘야만 했다. 


심사받는데 시간이 40분 이상 걸렸다. 나 이외의 사람들을 추가적으로 심사했으니, 시간은 더 지체되었다. 심사할 때 일관되게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대한 심사관들은 심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미소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모드가 되었다. 정체 모를 이방인에 대한 적대감에서 자신의 국가에 놀러온 관광객을 향한 환영으로 표정이 바뀌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스위스 사람에 대한 내 첫인상은 ‘이 사람들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는 거였다.     


  



불안한 예감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결국 불안한 예감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버스가 바젤역에 도착한 시간은 3시 30분이었다. 분명 예약할 때 바젤역 예상 도착시간은 1시 5분 도착이었는데....... 


원래의 계획은 바젤역에 도착해서 베른을 들러 잠시 돌아보고 인터라켄으로 넘어가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간으로는 베른을 경유하면 인터라켄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입국심사에서 긴장한 탓인지 진이 빠졌다. 그저 빨리 숙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바젤에서 2시간 동안 타고 간 기차에서 잠시 곯아떨어졌다.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인터라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스위스라고 생각되는 풍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페인트를 들이부은 듯한 새파란 호수와 소들이 유유자적 풀을 뜯는 목초지, 그리고 한국에서 보지 못한 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근데 스위스는 마치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기차가 빠르게 지나가게 해서 사진 찍을 틈을 주지 않았다. 잠시만의 짧은 광경에도 경이로운 반응인데, 과연 제대로 된 알프스의 장관을 보는 건 어떨까? 본격적으로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을 볼 생각에 들떴다.


비록 스위스를 들어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도 스위스를 제대로 느끼기 위한 시퀀스였을지도 모른다.


도착! 대명리조트 인터라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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