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스 Mar 31. 2020

Track.25 스위스 여행 중 비가 온다면?

스위스 루체른 Track.25 빗속에서 - 이문세

2019.10.09 (수) 
비오는 스위스에서 루체른 당일치기
Track.25 빗속에서 - 이문세 




하늘을 보니 부슬비가 내린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스위스를 여행하는 날! 

하지만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스위스는 날씨가 8할은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아침의 날씨는 부슬비로 시작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건 부슬비라는 점이었다. 물론 오후부터 비가 계속 내릴 거라는 예보가 호스텔 TV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가 오더라도 일단 밖으로 나갔다. 스위스패스권이 비쌌기에 하루라도 열차를 타지 않으면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지 간에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해 기차에 탑승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열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본다. 흐린 날씨, 구름이 산에 걸린 풍경을 보니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희망은 고이 접어두었다. 대신 마음가짐을 바꿔본다. 비가 오는 스위스는 얼마나 운치있는가로.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들으며 열차에 몸을 싣고선 창밖의 풍경을 다시 바라본다. 흐린 날씨지만 구름이 산에 걸린 풍경에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을 가늠해본다.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빼꼼히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잠시 보이는 틈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는다. 


같은 날씨, 같은 풍경이지만 생각만 바꿔도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비 오는 날의 폭포를 마주하다

장엄한 산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 라우터브루넨 폭포

    


힘차게 달려온 열차가 멈춰선 역은 ‘라우터브루넨역’이었다. ‘시끄러운’이란 뜻이 내포된 라우터브루넨은 물이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크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러한 지명을 증명이라하듯 역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장대한 폭포가 나를 맞이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땐 가늠이 되지 않던 크기의 폭포는 예상보다 큰 물줄기를 자랑했다. 바위 틈 사이로 장엄한 물줄기가 망설임 없이 밑으로 하강했다. 많은 양의 물이 떨어지다보니 물줄기 주변에는 구름이 생성될 정도였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큰 소리와 하늘에서 부슬비가 조용히 내리는 소리가 합쳐져 귓가에 들려왔다. 폭포 앞에서 그 어떤 소리도 없이 오직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라우터브루넨 폭포를 오랫동안 감상하고 싶었지만, 하늘은 긴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빗줄기는 야속하게도 굵어졌다. 더 이상 밖에 있을 순 없었다. 역으로 돌아가 인터라켄으로 돌아갔다.     





스위스 여행 중 비가 온다면?


스위스에 왔는데, 비가 온다면? 할게 없다. 

스위스 여행 중 비가 오는 날은 사실상 쉬는 날로 보내야한다는 여행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스위스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를 생각해보면 가만히 숙소에서 쉬기만 하는 건 돈과 시간이 아까운 짓이다. 이러한 생각은 동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라켄역으로 돌아온 나와 동행들은 어디라도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여행 블로그와 스위스여행 가이드 북을 뒤져가며 비오는 날에 가볼 만한 곳을 찾아봤다. 인터라켄에서 2시간 떨어진 루체른이 낙점되었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우리들은 루체른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인터라켄에서 2시간 동안 기차를 타면 루체른에 도착한다. 루체른에 도착해 대표 랜드마크인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갔다. 남루한 사자의 표정과 상처로 지친 몸뚱아리를 조각한 빈사의 사자상은 당시 돈을 벌러 전쟁터로 향한 스위스 용병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선 카펠교로 향했다. 

카펠교를 건너 이왕 온 김에 루체른 시내를 발길 가는 대로 돌아보자고 했다. 아기자기한 루체른 시내와 기념품을 보며 쉽게 발길이 갔지만 예상치 못하게 높은 가격에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루체른의 대표 명소, 먹고 살고자 전쟁터로 향했던 스위스 용병의 남루한 삶을 표현한 빈사의 사자상
카펠교는 현존하는 목조 다리 중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그래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루체른에서 다시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왔다. 인터라켄과 루체른을 왕복하는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쉬운 날씨를 달래주었다. 분명히 날씨가 좋으면 더욱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날씨가 아쉬워도 비오는 날의 운치있는 스위스를 바라봐서 좋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모든 날이 날씨가 좋을순 없기에, 비오면 비오는 대로 그 도시의 경관을 즐기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수용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간다. 


체념이나 불평을 하지 말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어려움은 긍정적인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비오는 날의 스위스도 운치가 있지만 

그래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일은 부디 날씨가 맑기를 기도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Track.24 정말 무서웠던 스위스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