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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Apr 02. 2020

Track.27 하늘 아래 처음 맞닿은 곳

스위스 피르스트 Track.27 Marry Me - Ellegarden


2019.10.11 (금)
스위스 피르스트 
Track.27 Marry Me - Ellegarden





알프스를 온 몸으로 느끼러 가는 길



오늘은 특별히 어제보다도 조식을 더 든든히 챙겨먹었다.

스위스 여행을 다닐 땐, 하루 시작을 든든하게 채워야 하는 건 다른 날과 다름이 없었지만 오늘은 더욱 조식식사에 열중해야만 했다. 오늘은 온 몸으로 알프스 대자연을 맞이하러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일정을 하늘이 아는 건지,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어제보다 더 좋은 날씨가 펼쳐졌다. 


오늘은 취리히로 숙소를 옮겨야하는 날이기도 했다. 오늘의 일정을 마치면, 인터라켄에서 취리히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나는 동행들보다 한 발 먼저 미리 체크아웃을 한 뒤에 보관함에 짐을 맡겼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행들과 함께 바로 역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쉴트호른과는 다른 방향으로 열차가 달린다. 어제는 보지 못한 방면의 알프스를 만나러 간다. 라우터브루넨과는 반대 방향으로 열차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장엄한 산의 모습이 보이고, 계곡 사이로 빠곰히 드러난 마을들을 지나쳐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 게 알프스를 여행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던 스위스의 매력이었다.


기차는 그린델발트역에 도착했다. 그린델발트는 피르스트를 가기 전 베이스캠프와 같은 마을이다. 우리는 그린델발트 coop에서 간단한 점심거리를 구하고 그린델발트 매표소로 향했다. 우리가 가려는 피르스트에는 자연을 온 몸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피르스트 펀패키지 (First Funpakage)' 액티비티가 있다. 오늘은 바로 그 피르스트 펀패키지를 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린델발트 매표소에서 피르스트 펀패키지 티켓을 구매했다. 우리가 구매한 티켓의 옵션은 '곤돌라+액티비티 선택 2가지'였다. 구매한 다음부터 벌써 긴장된 떨림을 느끼며 곤돌라에 몸을 실었다. 두둥실 올라가는 곤돌라에 따라 심장박동수도 올라간다. 그렇게 하늘 아래 첫 마을, 피르스트로 향했다.  





   


하늘 아래 첫 마을, 피르스트 FIRST


피르스트(FIRST)는 영어 퍼스트(fisrt)와 발음과 같다.

'첫번째'란 뜻인데, 이 마을이 하늘 아래 첫 마을이란 뜻에서 피르스트라 불린다고 한다. 하늘과 맞닿은 첫번째 마을이란건, 땅에선 가장 위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름의 뜻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이거 북벽의 웅장한 모습이 피르스트에서 우릴 마주하고 있었다.


어제의 쉴트호른은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직접 대면하는 감동의 광경이라면, 오늘의 피르스트는 알프스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경험의 장이었다. 우리는 2개의 액티비티 중, 먼저 글라이더에 탑승했다. 글라이더는 누워서 매달린 채, 뒤로 올라갔다가 활강하는 액티비티였다. 활강할 때는 오히려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이 들어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활강할 때보다 매달려 올라갈 때가 더 무서운 액티비티였다. 왜냐면 매달리며 올라갈 때 밑을 보면 그냥 아무것도 없이 바로 산 밑이기 때문이다. 여차해서 떨어진다면.....어우야,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글라이더를 타고 나서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그린델발트에서 구매한 빵과 음료를 꺼내 잔디밭에 앉았다. 피르스트에서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스위스의 물가가 비싸다보니, coop 마트에서 크로와상이나 뺑 오 쇼콜라 같은 저렴한 빵과 초코우유 등의 음료로 점심을 해결해왔다.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하고, 저녁은 마트에서 고기를 사와 구워먹는 스타일로 지냈다. 그렇게 한 지도 3일째였고, 산에 올라와 매번 빵으로 점심을 때우니 한국처럼 김밥에 사이다가 간절히 생각난다. 


점심을 먹고서 두번째 액티비티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소화도 시킬 겸 바흐알프제에 가보기로 했다. 피르스트 케이블카 역에서 편도로 약 50분 정도 걸리는 바흐알프제는 아이거산이 빙하의 호수와 함께 보이는 곳이다. 동행들사이에선 바흐알프제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가는 사람과 남아서 쉬겠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나는 이왕 온 피르스트이기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바흐알프제까지는 기분 좋은 하이킹 코스와 같았다. 하이킹을 하며 드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풍경을 걸어가는 현실이 비현실적이다는 거였다. 고개를 돌려보면 믿을 수 없는 알프스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 현실이 꿈과 같은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조금은 여유롭게 담으면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동행들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걸으면서 보이는 대자연의 위엄에 앞도되는 느낌을 온 몸에 그대로 스며들기를 바랐다.


그렇게 50분 걸려 바흐알프제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는 티없이 맑은 물이었다. 바흐알프제 호수에온 기념으로 청정 물 한 모금 마시곤 다시 돌아갔다. 여전히 고개를 돌려보면 보이는 꿈같은 알프스 광경을 뒤로 한 채로.


알프스와 호수가 한 눈에 담겼던 바흐알프제 호수




알프스를 속도감 있게 만끽하는 방법


오감을 만족해 알프스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마운틴 카트를 해야한다.

마운틴 카트는 피르스트 액티비티 후기에 항상 1순위로 꼽힌다. 대부분 마운틴 카트만큼은 무조건 체험하고 오는데, 그 이유는 탑승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마운틴 카트는 작은 산악카트로, 피르스트의 일부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액티비티다. 피르스트의 마운틴 카트 길은 포장된 길이 아닌 오프로드다. 길 옆을 보면 낭떠러지가 보이기도 한다.


마운틴 카트는 간단한 조작법으로 안전수칙을 들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면허가 없는 사람도 가능하다. 조작이 간단하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속도감이 느껴진다. 거기에 낭떠리지 코스가 이어져 아찔함과 짜릿함을 손끝과 발끝부터 느낄 수 있다. 코너링에서 드리프트 하는 손맛을 맛보니, 소싯적 카트라이더 무지개 장갑 실력 아직 죽지 않았나보다.   


마운틴 카트를 하다보면 비현실적인 곳에서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고개를 돌려보면 보이는 알프스 산맥의 모습에 긴장감의 땀방울은 바람과 함께 날려간다. 산 능선을 곡선 코스를 따라 내려왔던 순간들은 이 날 자기 전까지도 생각날 정도로였다.






돈 값하는 스위스 여행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즐겼다. 

여행지에 가면 장소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며 다니는데, 피르스트에서는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이 주는 느낌을 온 몸으로 받아드리려 했다. 때론 의미를 부여하며 다니는 여행보다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여행이 더 재밌다는 깨달음을 얻는 하루였다. 


오늘 펀패키지로 67프랑을 썼는데, (그것도 스위스패스와 동신항운 쿠폰으로 할인받아서!) 짠내투어 최대 지출액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사람들이 스위스 여행은 물가가 비싸고, 여행경비가 많이들지만 꼭 가보라고 하던 이유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돈 값하는 스위스 여행, 돈 값하던 피르스트 펀패키지였다.     


피르스트에서 인터라켄으로 내려와 숙소에 맡긴 짐을 챙기고, 스위스에서 함께 다닌 동행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한 뒤 취리히로 향했다. 베른역에서 고속열차에서 완행열차로 환승하게 되어 밤늦게 취리히역에 도착해 온몸이 노곤하고 나른했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짚어볼 때, 글라이더에 매달려 올라가던 스릴, 피르스트와 아이거의 풍경을 배경으로 다닌 하이킹, 그리고 속도감 넘치게 짜릿했던 마운틴 카트의 기억은 나를 쉽사리 잠들게하지 못했다.


이제 내일은 취리히에서 독일로 넘어간다. 믿을 수 없는 광경으로 가득했던 스위스에서의 짧은 일정은 끝이 났지만, 스위스에서의 추억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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