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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Apr 09. 2020

Track.32 세상은 나에게 커다란 감동이었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Track.32 넌 감동이었어 - 성시경


2019. 10. 16 (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호엔잘츠부르크성
Track. 32 넌 감동이었어 - 성시경 




동유럽은 발라드가 잘 어울렸다


여행을 다녀보면 그 지역에 어울리는 노래스타일이 있다

호주의 여름에는 신나는 댄스가, 에든버러의 저녁에는 브릿팝이, 파리의 야경에는 멜랑꼴리한 샹송이 어울리는 것처럼. 어젯밤에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왔다. 독일과 같은 문화권인 오스트리아는 독일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뮌헨이 왁자지껄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라면, 잘츠부르크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센치해지는 도시다. 마치 발라드 노래처럼.     


지난 여행에서도 잘츠부르크를 들렀지만 1박2일로 사실상 발만 찍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잘츠부르크 여행은 하지도 못했었다. 그냥 잘츠부르크에 왔다는 정도만 기억할 정도였으니.


그래서 오늘은 잘츠부르크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잘츠부르크가 지닌 도시의 이야기 속에서 잘츠부르크만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잘츠부르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운터스베르크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운터스베르크 정상에서 20분 정도 올라가 산정상에서 시내를 내려본다.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을 보며 마음은 차분해지고 가라앉았다.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을 배경 삼아 빵으로 점심을 채운다. 귓가에는 오늘의 BGM이 흘러나오면서.      


잘츠부르크가 한 눈에 보이는 운터스베르크






따뜻한 햇살아래 축축한 느낌?


운터스베르크에서 내려와 헬브룬궁전으로 갔다. 헬브룬궁전은 궁전 내부보다는 트릭분수 투어가 더 재밌다. 잘츠부르크 카드 소지자는 트릭분수 투어가 무료였는데, 당시 1600년대 전기와 기계의 힘없이 오직 수압으로 작동한 분수장치다. 탁자나 의자에서 물이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고, 길가다가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나는 가이드로부터 당첨(?)되어서 트릭분수가 설치된 연회장 의자에 앉게 되었는데, 엉덩이에 물이 젖는 매우 좋은....경험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꽤 젖었지만 정원 벤치에 앉아있으니 금방 말랐다.     


헬브룬궁전에서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이동했다. 나폴레옹 이전까지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호엔잘츠부르크성은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이 다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선 그냥 성벽에 기대어 시내를 바라만봐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잘츠부르크에 센치한 밤이 내려오면


잘츠부르크에 밤이 찾아오자 나는 묀히스베르크로 갔다. 거기엔 나만의 히든스팟이 있다. 

묀히스베르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절벽 위 현대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다. 여기는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건 아니고, 전망대를 보러 가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전망대의 야경도 좋지만 거기서 조금 더 산쪽으로 향하면 나만의 야경 포인트가 나온다. 바로 지난 여행의 잘츠부르크 숙박장소였던 슈타트탈름 호스텔 마당이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야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히든 스팟이다. 


당시 슈타트탈름 호스텔 마당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야경만 봤었다. 그때는 아이유의 밤편지를 계속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들으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던 그때와 지금의 나는 큰 변화는 없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인연은 찾아오더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과연 나는 그 때에 비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지금은 나의 마디도 채우기 버거운 사람인데 함께 할 사람의 마디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인걸까. 쉽사리 답은 내리지 못한 채, 센치한 밤하늘과 빛나는 야경에 감동하기만 했다.


종일 들은 오늘의 BGM의 가사처럼 오늘 돌아다니며 바라본 잘츠부르크의 광경은 감동이었다. 

특히 이처럼 쉽사리 센치해지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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