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할슈타트 Track.33 스물다섯, 스물하나 - 자우림
2019. 10. 17 (목)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오버트라운 당일치기
Track.33 스물다섯, 스물하나 - 자우림
어제보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오늘은 잘츠부르크에서 좀 멀리 가보기로 한다. 잘츠부르크와 비엔나 사이, 잘츠캄머굿 지역의 소금광산 호수, 오늘의 여행지는 할슈타트다.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로 가려면 2번 정도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가는 곳이라 우르르 내릴 때 내리고 타면 되니까. 다만, 오고 가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일찍 출발해야한다.
잘츠부르크 여행의 메인 여행지는 바로 할슈타트였다. 할슈타트를 위해 잘츠부르크 일정을 넉넉히 잡은 이유도 있다. 지난 여행에서 가보지 못했기에,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꼭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가고자 했다.
할슈타트는 작은 호수마을인데, 굳이 가고자 한 이유가 있다면 그냥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작고 조용한 호수를 바라보면 뭔가 고민거리나 마음 속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것 때문에 할슈타트를 가보고 싶었다.
버스타고, 기차타고, 페리타고 도착한 할슈타트. 작은 마을이지만 호숫가를 따라 아름다운 마을의 정취를 풍긴다. 할슈타트 가는 기차에서 유심칩을 끼워넣느라 고생하던 한국인 일행을 도와주었는데, 혼자 다닐거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나야 이런 제안은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할슈타트에 함께 다니면서 느낀 건 할슈타트 호수의 물은 손에 비칠 정도로 맑았고, 호수에 비친 빛은 반짝반짝거릴 정도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할슈타트를 감싸고 있는 산과 그 안에 품어있는 마을의 전경은 누군가 아름다운 마을을 숨겨만 둔 것 같았다.
다만, 할슈타트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려서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중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빠르게 찍고 빠지는 전략으로 다녀야만 했다. 이제는 할슈타트의 여유로움을 느끼려면 숙박해서 아침 호숫가 산책을 해야만 할 듯하다.
어느 덧 사람들이 많아진 할슈타트에선 내가 기대했던 생각을 꺼둘 만큼의 고요함은 누릴 순 없었다. 그래서 할슈타트를 벗어나기로 했다.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동행들과는 할슈타트에서 헤어지고 나는 오버트라운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공사중으로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는 공지를 나중에 확인했다. 마냥 버스를 기다릴 순 없었다. 그래서 할슈타트에서 오버트라운까지 그냥 한번 걸어가보기로 한다. 할슈타트에서 오버트라운역까지 걸어서 1시간이 걸린다. 뜻밖의 행군을 택했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호수가 펼쳐있으니 좀 많이 긴 산책이라 생각하며 다녔다.
오버트라운을 향하며 걸으며 호수도 여유롭게 보고, 호수 맞은편에 있는 할슈타트의 전경을 눈에 담는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할슈타트보다 오히려 오버트라운이 여유로운 호수마을에 더 부합되었다. 햇살은 내리쬐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온다. 눈앞에는 푸른 호수와 마을을 감싼 산들이 있다. 잔디밭에 멍하니 앉아 그저 바라만 본다. 어제까지 했던 센치한 고민과 생각들은 잠시 넣어둔 채.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가득이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습관을 지니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고민은 특히 답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때론 생각의 스위치를 꺼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런 생각과 고민 없이 정중한 상태에 있길 바란다. 오버트라운으로 가는 길은 생각을 잠시 꺼둘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저 발걸음에 집중하고, 내게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데 충실했다.
할슈타트, 오버트라운과 같은 잘츠감머굿 지역은 그냥 자연의 품속에 안겨 편안히 쉬는 곳이다. 사진도 찍는 것도, 관광 스팟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냥 잔디밭에 앉아 멍하니 쉬는 게 더 나은 곳이라 생각한다. 잠시 머릿속 스위치를 딸깍 내린달까. 나중에는 장크트 길겐, 샤프트베르크에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