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Track.36 고백 - 델리스파이스
2019. 10. 20 (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 체코 프라하
어젯밤 밤새 동행과 나누던 이야기를 덮어두니 어느새 비엔나를 떠나야하는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비엔나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로 4시간을 가야하는 거리다. 오늘 하루는 그저 기차 타고 이동하는 그 자체의 일정이었다.
기차에 자리를 잡아 앉아보니 오늘이 여행한 지 35일차라는 걸 알았다. 어느새 75일간의 여행 중 중간지점에 다다랐다. 여행을 다닐 때만 해도 멀게만 느껴진 일정이었는데, 어느덧 벌써 절반에 와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기도 했다. 여행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 동유럽 여행의 가장 메인 여행지인 프라하인 것까지.
4시간이 지나 해가 저무는 저녁에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했다.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체코어가 들려오고, 다른 느낌의 도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스산한 바람도 불어온다. 프라하에 도착해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프라하에서는 오랜만에 한인민박에서 묵었다. 체크인 후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프라하에 밤. 오늘은 잠시 혼자 다녀보기로 한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래도 건물 사이로 비추는 야경 조명이 새삼 내가 어디에 왔는지를 알게 해준다.
구시가지를 지나 카를교를 건너는 순간, 검은 밤하늘을 비추는 프라하의 야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도시가 지내온 역사나 도시가 품은 이야기로 그 도시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때로는 그냥 도시가 보여주는 모습 그 자체의 모습을 담아두는 게 좋은 듯하다. 첫날 밤 바라본 프라하는 아무래도 후자의 방법이 더 어울렸다.
노래의 멜로디를 배경으로 프라하의 밤의 첫 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