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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Apr 23. 2020

Track.37 돌고 돌아 오는 가을

체코 체스키 크롬로프 Track.37 가을 타나 봐 - 바이브


2019. 10. 21 (월)
체코 체스키 크롬로프 당일치기 



프라하의 아침은 짙은 가을 안개로 시작했다. 프라하에 깔린 안개로 인해 오히려 가을 느낌이 성큼 풍겨온다. 바츨라프 광장에선 프라하 근교 투어로 가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나도 그중에 하나. 혼자 온 사람들과 함께 조가 되어 같이 다니기로 하고, 버스에 몸을 실어 남쪽으로 3시간을 이동했다. 유럽의 가을을 흠뻑 만끽하는 작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에 왔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체코의’라는 체스키와 ‘구불구불한’ 뜻을 지닌 크롬로프의 합성어로 ‘체코의 구불구불한 강이 지나는 지역’을 의미한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미국사람들의 발음으로 실제 체코인들이 알아듣기 위해선 어금니를 앙 다물고 “체스키 끄롬로쁘‘라고 해야한다고 한다.     


체스키 크롬로프의 강이 마을을 휘감는 지형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한데, 바로 안동의 하회마을과 같다. 체스키 크롬로프의 뜻과 하회(下回)의 뜻이 같으니, 체코의 하회마을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정말 작은 마을이라 투어로서 다니는 코스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신 이 작은 마을에 사진 찍는 스팟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마침 동행들과 사진찍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서로의 사진첩을 가득 메우도록 찍어댔다. 

    

     

체코 특유의 빨간 지붕 건물이 발아래 놓여있고, 도시를 감싸는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예쁘게 들어있다. 누가 채색한 듯이, 색조합을 기가 막히게 한 자연 아래 중세시대의 체코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 체스키 크롬로프의 사진은 모델보다 배경이 모든 걸 다한 사진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고 감히 얘기해본다.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은 유럽여행 베스트 컷 중에 하나로 들어간다. 아마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한 몫한다. 독일서부터 느낀 유럽의 가을은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괜시리 센치해지는 건 여전하지만, 한국의 가을은 가을을 느낄 찰나에 어느덧 롱패딩을 준비해야만 하는 아쉬운 계절이다. 유럽의 가을은 그래도 가을을 한국보다는 아주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뿌연 가을 안개가 짙게 깔린 프라하와는 다르게 하늘이 높고 청명한 가을 날씨를 체스키 크롬로프는 보여줬다.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 밑에서 가을의 아쉬움을 느끼고선 버스에 올라타야만 했다. 누군가 그리운 가을의 계절, 다음엔 꼭 누구이든지 함께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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