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Track.38 가을 옷 - 윤종신
2019. 10. 22 (화)
체코 프라하
"미래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여행을 가기 전, 여행지에 대한 공부와 함께 어딜 갈지 미리 계획한다. 프라하는 그런 계획은 잠시 내려두었는데,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여행의 런던이 그러했듯이 프라하에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기에 프라하의 여행계획은 백지였다.
프라하에서 만난 전 혜윰지기이자 대학 후배인 현주를 만났다. 글로벌하게 뻗어나가는 혜유머 클라쓰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프라하에 머무는 기간에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해서 오늘 만남이 성사되었다. 2년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느낌은 학교 비전타워 앞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여행 런던에서 오랜만에 만난 예진이는 신촌역 4번출구에서 만난 느낌이었는데. 역시 떨어져 있는 기간보다 중요한 건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신남이었다.
자신의 구역인 프라하의 이곳저곳을 알려주면서 내가 프라하의 단편조각들을 맞춰갈 수 있게 해주었다. 블로그나 여행책자에서 보던 관광객의 프라하가 아닌, 로컬이 알려주는 로컬의 프라하를 알아가는 하루였다. 누구나 가는 곳이 아닌, 프라하의 숨어있는 뒷이야기를 품은 곳을 가니, 나의 프라하에 대한 지적욕구를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어디서 토론하던 실력 다들 녹슬지 않고 사유하며 고찰하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본인이 프라하에서 가장 프라하를 프라하답게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히든 스팟을 알려줬다. 히든 스팟에서 바라보는 블타바 강, 카를교, 그리고 프라하성은 프라하에서 가장 멋진 뷰였다. 이 스팟은 미안하지만 알려주고 싶지 않다. (궁금하면 프라하에 오시던가!) 그 정도로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비셰흐라드까지 구경을 마쳤고, 지적욕구를 채운 만큼 미식욕구를 채우고 싶었다. 이럴 때 로컬의 맛집 인도는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그냥 모든 걸 맡긴 채 따라간 곳은 체코식 육회인 ’타르타르‘와 체코식 립요리 맛집이었다. 비엔나에서 먹은 립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고, 타르타르는 색다르면서 멈출 수 없던 요리였다. 한마디로 JMT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서로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해서 체코라는 타국에 오게 되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체코에 오기까지, 체코서 적응하는 데까지의 과정을 들으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지만 대견하면서도 멋진 사람인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내가 있는 한국의 일상에서 한 발자국 옆으로 벗어나 나를 바라보는 것.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알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일상에서는 미쳐 내리지 못한 과감한 결정을 한 발자국 벗어난 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결단을 내린 ’오늘의 나‘는 분명 ’내일의 나‘가 고마워할 대상이 될 것이라고. 그녀의 말에 이번 여행에서 얻어가야할 것, 생각할 것, 그리고 결정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서 아직은 불안하고,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그래도 찬란히 빛날 서로의 미래를 기원하며 프라하에서의 가을밤은 무르익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그녀가 추천해준 노래로 BGM을 선정해본다. 훗날 미래의 한국에서 가을을 맞이할 때, 프라하에서의 가을을 기억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