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Track.39 그 날처럼 - 장덕철
2019. 10. 23 (수)
체코 프라하성
프라하의 가을 안개는 걷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안개는 아침부터 짙게 깔렸다. 안개가 깔리니 시내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하다. 짙게 깔린 안개는 거리와 건물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든다. 건물인지, 거리인지 경계선이 안개에 번져나가 알 수 없다.
오늘은 오후에 프라하에서 유명한 팁투어를 들었다. 어제는 ’로컬만‘ 알 수 있는 곳이었다면, 오늘은 프라하 관광지에 담겨있는 인문학적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워킹투어와는 다르게 관광지의 역사, 문화,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역시 지적욕구 충만한 내게 딱인 투어였다.
루돌피넘(예술가의 집)에서 시작된 투어는 카를교, 존 레논벽, 프라하성을 도는 코스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존 레논벽이었다. 물론 존 레논은 단 한번도 체코에 온 적도, 공연한 적도 없기에 1도 관련 없다. 하지만 현재 보수공사중인 존 레논벽은 그동안 체코인들의 평화와 민주화의 열망을 여과없이 나타내는 소통의 장이었다. 존 레논벽을 보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알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Free Hong Kong“을, 5년 전에는 세월호 노란 리본이 있었다고 한다.
팁투어를 듣고서 프라하를 다시 거닐어본다. 투어 때 들은 이야기가 건물을 볼 때 생각난다. 안개로 경계선이 불분명한 건물의 모습이 조금씩 구분되어 진성(眞性)을 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단순히 물가 싸고, 여행 다니기 좋은 단순한 도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저녁은 드디어 꼴레뇨를 맛보았다. 체코식 돼지 족발요리인 꼴레뇨는 한국의 족발, 독일의 슈바인학센과는 다른 맛이었다. 독일 슈바인학센과 체코 꼴레뇨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맛이 차이가 나는데 말로 서술하기엔 필력이 딸려 못하겠다. 한사람이 먹을 수는 없는 양이기에 동행들과 같이 먹어서 다행이었다.
저녁식사 이후에는 동행들과 함께 재즈카페에 가보았다. Cafe Reduta라는 재즈카페였는데,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이 연주했던 곳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카페 중 하나이고, 1958년에 개업한 이곳은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과 같은 헐리웃 배우부터 코피 아난, 빌 클린턴과 같은 정치인들도 방문했다고 한다. 어쩐지 재즈카페치고는 입장료가 비쌌어....... 내가 갔을 땐 Old Jazz 공연이었는데, 2시간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재즈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는데, 연주자들의 완급조절하는 연주와 즉석에서 맞추는 스캣이 너무나 멋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재즈 공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프라하의 밤에도 가을 안개는 걷힐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프라하에 온지 3일차가 되어서인걸까 오늘 하루 다닌 프라하의 모습은 아침의 불분명했던 경계선이 이제는 보이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