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Track.40 True Romance - Citizens!
2019. 10. 24 (목)
체코 프라하
어느덧 프라하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을안개는 프라하 곁에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려려니 한다. 어쩌면 가을 안개가 짙게 깔린 프라하의 모습을 완전히 즐기고 가는 거라 생각하니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엔딩은 바로 이곳 프라하에서 끝을 맺는다. 프라하 여행의 마무리를 맺는 오늘, BGM을 영화 속 마지막의 BGM과 똑같이 맞춰봤다. 밀당을 잘하는 건지 프라하는 마지막 밤만큼은 가을 안개를 거둬줬다. 덕분에 프라하의 마지막 밤은 모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 야경을 눈에 담아갈 수 있었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마찬가지로.
프라하의 웬만한 곳들은 다 가보았기에 오늘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다녔다. 걸어다니다보니 비셰흐라드를 걷고 있었고, 거리를 거닐다보니 카프카의 상과 거꾸로 매달린 말을 탄 바츨라프 상을 만나볼 수도 있었다. 목적지 없이 다니다보면 하벨시장의 마그넷이 눈길을 끌고, 굴뚝빵 냄새를 맡아 쫒아가게 되면 결국 카를교에 도착하게 된다.
오늘은 어딜 가야지라는 계획은 없는, 프라하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여행 중 하루는 이렇게 다니는 게 내 스타일이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쌀쌀한 가을바람에 몸을 녹일 겸 들어간 이프 카페에서 달달한 슈크림 디저트와 카페라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프라하에 있다보니 커플, 신혼여행 온 사람들 정말 많았다. 낭만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프라하의 진면모랄까. 하긴 야경을 보며 굴뚝빵 한입씩 나눠먹으면 사랑이 싹틀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엔딩테마 제목처럼 그들도 True Romance를 찾아온 건 아닐지. 이럴 땐 혼자 다니는 여행자의 신분이 꽤나 쓸쓸하다. 예전에 인턴했을 때 프라하로 신혼여행 간 대리님이 계셨는데, 그분께 프라하를 신혼여행지로 정한 이유를 여쭤보니 프라하만한 낭만적인 도시가 없다고 하셨다.
그때는 대답의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짙게 어두워진 밤하늘, 그리고 불을 밝히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낭만에 치이는 분위기까지. 프라하의 감성은 어느 도시보다 은은하게 빛나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커플들에게 프라하는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는가보다. 언젠간 그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길 바라며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타러 다시 발걸음을 중앙역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