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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Apr 17. 2020

Track.35 삶의 반직선 위에 점

오스트리아 비엔나 Track.35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 샵


2019. 10. 19 (토)
오스트리아 비엔나 자허 카페 



삶의 반직선 위에 점

선은 수많은 점의 집합이다.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듯이, 순간들이 모이면 삶이 된다. 어떤 점은 크게 찍어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 어떤 점은 희미하게 찍힐지도 모른다. 여행을 다니는 순간들이 모여 반직선을 그리고 있다. 여행 자체로만 보면, 여행은 끝나는 점을 찍어야만 하기에 직선으로 끝나지만, 여행을 다닌 큰 선은 삶의 반직선의 커다란 점이 되어 계속 이어질 듯하다.     



점심은 하루 중 마음에 점을 찍는 시간이 점심 먹는 시간이라 해서 붙여진 단어다. 점심시간에 뭐 먹지가 인류 최대의 난제인 것처럼, 점심만큼 하루라는 직선에서 가장 큰 점을 차지하는 것도 없으리라. 요새는 점심에 먹는 것만큼이나 점심 이후 커피마시는 것도 큰 점을 차지하게 되었다. 오히려 점심을 대충 때우고, 커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할 때 졸음을 깨우기 위해 챙겨 마시던 커피는 어느 순간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습관처럼 점심에 커피란 점을 찍어왔었다.     



여행을 와서도 크게 다르진 않다. 물론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긴 했지만, 커피를 찾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비엔나에 왔기에 특별히 비엔나 커피를 마셔보기로 한다. 비엔나 커피를 비엔나 커피라 부르지 않는건 미리 알고 갔기에, 아인슈페너 아니면 멜랑쉬를 맛보려 했다.      



비엔나 3대 카페인 데멜(Demel), 첸트럴(Central), 그리고 자허(Sacher) 중 자허카페에 갔다. 주말인지라 1시간 정도 웨이팅은 한 듯했다. 물론 나중에 카페에서 나올 때는 줄이 더 길어진 걸 보고 한 시간만 기다려서 먹은게 다행일 정도였다. 아인슈페너와 함께 자허 카페만의 시그니쳐 초코케이크인 자허 토르테를 맛보았다. 함께 동행한 뉴요커 의사님 덕분에 막힘없이 주문할 수 있었고, 커피가 나오는 순간 일제히 사진을 찍었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고풍스런 자허 카페의 인테리어와 함께 아인슈페너, 그리고 완전 단 자허 토르테까지. 자허 토르테로 단맛의 정점을 느끼면, 아인슈페너 한 모금으로 중화한다. 이번 비엔나 여행의 로망은 이걸로 다 이루었다.      



자허 카페에 가기 전에는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을 갔었다. 목표는 오직 3가지 작품. 1) 클림트의 키스, 2) 에곤 쉴레 작품들 그리고 3) 쟈크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세 가지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건, 클림트 키스는 화려한 금박이 키스라는 절정의 순간을 가장 화려하게 표현했다는 점. 에곤 쉴레는 우울함과 괴기함의 중간 사이를 왔다가는 듯했고, 쟈크 다비드의 나폴레옹 그림은 처세술을 잘한 작가의 역작이라 생각 들었다. 그리고 반 고흐 작품이 딱 한 작품 전시되고 있었는데,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밖에 돌아디니기 보다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했다. 미술관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자허 카페에서 맛본 아인슈페너와 자허 토르테는 이번 비엔나 여행의 가장 큰 점을 찍은 것 같다. 늘 항상 습관처럼 점을 찍던 커피와는 다른 커피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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