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Track.44 Lullaby
2019.10.28 (월)
이탈리아 남부투어
Lullaby - Sigala & Paloma Faith
고대 그리스는 바다로 나가 자신들의 도시를 만들었고, 고대 로마는 바다를 자신의 호수로 삼으며 대륙을 호령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말처럼, 유럽, 아프리카, 중동이 둘러싼 지중해를 제패하는 자는 서양 역사를 호령하는 대제국이 되었다. 역사의 헤게모니를 쥔 바다, 지중해로 나는 떠났다.
로마에서 남부투어를 꼭 하고 오라는 후기가 많았기에, 남부투어에 큰 기대가 있었다. 남부투어 역시 푸른 지중해 바다를 보려면 맑은 날씨가 필수라는 말에 제발 날씨가 맑기를 바랐다. 결과는 너무나도 맑은 날씨가 아침부터 나를 맞이했다. 10월의 마지막 주, 우리나라라면 쌀쌀한 가을바람이 맞이하겠지만, 남유럽 이탈리아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투어는 로마를 출발해 폼페이, 쏘렌토 전망대, 아말피 코스트, 그리고 포지타노로 이어지는 투어였다. 대부분의 1Day 남부투어 일정은 위와 비슷했으며 업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도였다. 일정의 큰 틀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른 시간에 투어 미팅포인트에 간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폼페이-쏘렌토-아말피 코스트로 이어지는 해안가 드라이브에 펼쳐진 지중해 경관을 창가자리에서 보기 위함이다.
폼페이에 도착하니 날씨는 맑다 못해 햇빛이 작렬하는 더운 날씨였다. 폼페이는 세계사에서 단골로 나오는 장소이기에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하룻밤만에 사라진 고대 도시의 역사적 서사는 매우 흥미롭지 않는가? 고대 로마의 향락과 사치가 벌어지는 휴양의 도시였던 폼페이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사라진 모습이 인상깊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문명이 시간이 지난채 굳어진 모습은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화산재에 뒤덮인 석고상이 기억에 남았는데, 특히 아이를 보호하려는 임산부의 모습과 뜨거운 화산석에 몸이 뒤틀린 채 굳어진 강아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를 보호하려 웅크린 임산부의 모습에서 극한상황에서도 발휘되는 모성애의 위대함을 느꼈다. 뜨거운 화산석에 몸이 뒤틀린 강아지의 모습에서 그 당시에 급박했던 상황을 유추해본다.
쏘렌토 전망대에서 아말피 코스트까지 이어지는 지중해의 바다는 푸른 빛 그 자체였다. 너무 햇빛이 강렬해 오히려 전망이 뿌옇게 나오기도 했다. 아침 일찍 간 덕분에 오른쪽 창가에서 바라보는 해안가의 모습은 마음이 뻥 뚫렸다. 그리고 이 광경만 보더라도 남부투어를 한 것에 후회란 전혀 없었다.
포지타노에 도착해 아기자기한 마을을 둘러보고선 해변가에 도착했다. 솔직히 여행오기전 이탈리아의 10월 말은 쌀쌀한 날씨일거라 예측했었기에 수영복은 없었고 차마 수영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게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여름의 이탈리아였고,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발이라도 담궈보자고 했다. 바닷물은 시원한 감촉이 발끌을 자극한다. 발만 담갔는데 서늘한 기운은 온 몸을 타고 흐러 하루 종일 무더웠던 몸 속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이후에는 마을을 둘러보며 레몬샤베트로 더위를 식히고 돌아가기 직전 석양을 렌즈에 담아 지중해를 기억했다. 돌아가는 길, 노을이 지는 해안가를 뒤로 하며 로마로 향했다. 어떤 의미를 생각하며 다니기 보다는 그냥 멋진 풍경에 감탄하고, 시원한 바다에 더위를 녹인 하루였다.
맑은 날씨, 멋진 풍경, 신나는 음악, 삼박자가 완벽했던 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