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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04 나는야 럭키가이!!

영국 런던 : Track 04. Dreaming-FreeTempo

by 한스
2019.09.18 (수)
영국 런던 남부투어 (Seven Sisters & Brighton)
Track.04 Dreaming - Free Tempo




여러분들, 오늘 날씨 로또 맞은 것처럼 대박입니다!

로또 맞은 날씨, 세븐시스터즈



"여러분들, 오늘 날씨 로또 맞은 것처럼 대박입니다!"

오늘은 런던의 남부에 위치한 세븐시스터즈와 브라이튼을 가는 남부투어하는 날이었다. 이 지역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보면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하는 근교지역'에 손꼽히는 곳이기에 기대가 많았다. 특히 세븐시스터즈가 가장 기대가 되었는데, 세븐시스터즈 여행은 날씨가 8할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가이드님께서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해주시는 말씀. 오늘 날씨 로또 맞은 것처럼 대박이란다. 365일 중 300일 넘게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훨씬 더 많은 세븐시스터즈에서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살짝만 부는 건 매우 드물다고 한다. 그런 운 좋은 날에 이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가이드님의 말을 듣고선 나는 마음속으로 되내었다. ‘나는야 럭키가이!’라고.


내가 스스로를 '럭키가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긍정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발휘되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말을 한다면 자신의 능력에 행운이 더해진다고 한다.


‘나는야 럭키가이!’라고 말할 때마다 매일 행운이 따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틈틈히 럭키가이라고 말한다. 나는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늘이 내게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 생각을 할 때마다 행운을 주는 하늘이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도 사람인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하늘이 오늘의 여행을 허락해주었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럭키가이'의 삶을 매번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행운을 바라는 요행보다는 행운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되는 듯하다.


그렇게 행운이 가득한 날에 하늘에게 감사를 드리며 맑은 날씨가 기다리는 세븐시스터즈에 도착했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풍경의 아름다움



세븐시스터즈에 와서 가이드님께서는 뷰포인트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법이다. ‘괜히 기대를 많이 해서 생각보다 실망하면 어쩌려고 하지?’라는 가이드를 향한 우려도 잠깐 있었다. 에우리디케를 뒤에 두고 올라가는 오르페우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하지만 가이드를 향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뷰포인트에 도착해 뒤를 돌아본 순간, 그런 사념들은 모두 접어두고 그냥 한마디가 나왔다.


“우와......”


절벽의 모습이 면사포를 쓴 일곱 명의 여인의 모습과 닮았다는 세븐시스터즈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자, 절경이고, 신이 주신 선물이었는데 이는 역시 맑디 맑은 날씨가 한 몫하였다. 도시의 모습과는 다른 자연의 모습에 자연히 마음이 차분해졌다.


푸른 바다와 하늘, 하얀 절벽, 그리고 초록빛 들판. 세븐시스터즈의 색 조합은 자연이 주는 가장 멋진 조합이었다.





오늘의 노래에서 떠올린 18살의 기억


세븐시스터즈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FreeTempo의 Dreaming 노래가 떠올랐다. 싸이월드의 대표 BGM인 이 노래는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 하던 때를 기억나게 했다. 당시 FreeTempo, Daishi Dance 등 시부야K 음악을 주로 들으면서 공부했다. 비트가 적당히 텐션을 높이면서 멜로디는 차분해서 공부할 때 자주 들었었다.


오늘의 세븐시스터즈를 바라보며, Free Tempo의 Dreaming을 들었다. 적당히 들뜬 마음과 함께 차분해지는 풍경의 이질적인 조화가 있던 세븐시스터즈가 18살의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계속 공부하지만, 어떤 대학교에 가고 어떤 전공을 공부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던 18살이었다. 나름 학업에 집중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던 나날이었다. 조용하게 공부하는 모습이었지만, 친구들과 왁자지껄 놀기 좋아하던 18살의 나였다. 세븐시스터즈에서 듣는 노래는 차분함과 두근거림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세븐시스터즈 (4).jpg





Brightion: Never let me go, Norfolk


오늘 하루를 같이 다니기로 한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버스에 탑승했다. 멀어져 가는 세븐시스터즈와 바다의 전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세븐시스터즈의 전경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Dreaming을 계속 듣고 있었다. 버스가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런던 남부 항구도시 브라이튼이었다.


개인적으로 브라이튼은 영화 'Never let me go'에서 나온 장면으로 익숙한 곳이었다. 'Never let me go'는 영문과 수업을 통해 접한 작품이었다. 이렇게 전공을 써먹는 순간이었다. 브라이튼은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Never let me go’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 복제인간들이 자신의 본체라 추정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Norfolk 지역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유롭고 날씨 좋은 휴양도시의 모습과는 다르게 안타까운 상황을 표현한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영화 내용에서 보여지는 브라이튼의 모습은 흐린 날씨의 씁쓸한 분위기를 지녔지만 오늘은 맑은 날씨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 분위기였다. 아이러니한 날씨 분위기에서 자갈해변에 앉아 그들의 감정을 잠시 느껴보다 햇살이 너무나 따가워 발을 바닷물에 잠시 담그곤 했다.


오늘 하루는 마치 꿈처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여행에서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좋은 날씨 운을 오늘 만났기에. 덕분에 멋지고 아름다운 곳에서 잊지 못할 기억과 사진을 남기고 왔다. 앞으로도 좋은 날씨가 함께하는 여행이 되길 바라며, 이만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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