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Track.49 꽃이 핀다 - K.Will
2019. 11. 02 (토)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투어
꽃이 핀다 - K.Will
“시대의 힘과 정신이 그 시기 피렌체에 몰려들었어요”
- 김영하 알쓸신잡3 피렌체편에서 -
Firenze, 피렌체의 뜻은 ‘꽃의 도시’다. 피렌체는 카이사르가 자신과 함께한 전장에서 함께한 퇴역군인들의 마을로 만든 도시에서 시작한다. 퇴역군인들의 은퇴를 보장한 일종의 실버타운의 기능에서 출발한 피렌체는 당시 카이사르가 “이 도시에는 꽃이 만발했구나”라는 말에서 따와 꽃의 도시로 명명하게 된다. 도시 이름처럼 훗날 피렌체는 시대의 힘과 정신이 몰려 르네상스라는 꽃을 피우는 도시가 된다.
르네상스가 꽃피우려면 예술가와 과학자를 후원하는 훌륭한 스폰서가 필요한데,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이 그 역할을 했다. 직물사업으로 돈을 번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를 거점으로 거대한 재벌그룹으로 발전해가면서 재력을 과시했다. 사람이 등따숩고 배부르기 시작하면 예술적 조예에 관심이 가져 교양있는 사람임을 뽐내고 싶은게 인지산정인지라 메디치 가문도 문화적 융성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인정받으려 했다. 메디치 가문의 재력과 후원, 동로마제국으로부터 넘어온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 그리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강력한 열망. 세 가지가 모여 꽃의 도시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운다.
르네상스 예술작품을 보려면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가야한다. 오늘은 오전에 우피치 미술관 투어에 참가했다. 메디치 가문의 사무실이었던 우피치 건물은 이후 미술관으로 쓰이게 되는데, 우피치란 말에서 영단어 사무실 ‘오피스(Office)’가 탄생하게 된다. 즉 우피치 미술관은 일명 사무실 미술관이란 말씀이다. 어떻게 보면 사무공간을 예술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건데, 석탄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용도변경한 영국의 테이트모던이나 기차역이었다가 미술관으로 바뀐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보다도 훨씬 이전에 기존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꾼 사례이지 않나 싶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봐야할 작품들은 너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감흥 깊은 건 ‘우르비노 공작의 자화상’과 ‘비너스의 탄생’, 그리고 ‘다빈치의 수태고지’ 세 작품이었다.
‘우르비노 공작의 자화상’은 우르비노 공작의 시민을 먼저 위하는 지도자의 모습과 한 여자만 바라본 순애보 이야기를 들어서 더 감명 깊었다. 원근법을 사용한 자화상인 '우르비노 공작의 자화상'의 아내는 일곱번째 아이를 출산한 뒤에 사망한다. 이는 작품 이전에 발생한 일로, 화가는 죽은 사람을 보고 공작의 아내를 그려낸다. 재혼을 하지 않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순애보적인 그의 사랑과 함께 그는 시민을 우선시하는 지도자였으며 전쟁에서 선봉하는 장군이었다고 한다. 전쟁 중 한쪽 눈을 다치게 되고, 그의 콧대가 시야를 가리자 스스로 콧대를 잘라버린다. 그의 잘라 나간 콧대는 메부리코가 아니라 강인한 결단을 보여주는 산물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비너스 탄생 설화를 그림으로 나타낸 작품인다. 비너스의 탄생은 화가 보티첼리가 조카 신혼방에 걸어둘 그림으로 그려낸 것으로 신혼에 어울리게 은은한 섹시미를 파스텔 톤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빈치의 수태고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인체의 균형이 신기해서 기억에 남는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와 측면에서 바라볼 때의 인체 비율이 다르다. 신성도와 중요도에 따라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그린 종교화와 다르게 르네상스는 그리스-로마시대의 인체비율에 관심을 가지며 수학적인 비례로 인물을 그려냈다. 관람객의 시선을 고려해 수학적인 비례를 따져 사람을 그려 원근감을 표현했다. 원근법을 그려내는 법은 이해하지만 시선에 따라 비례를 다르게 구현한 걸 당시에 어떻게 그렸는지가 더 신기할 뿐이었다.
우피치 미술관 밖에는 기둥마다 르네상스를 이끈 사람들이 조각되어 있다. 그들은 각자 상징하는 물건을 손에 들고 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망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의 시그니쳐 모자를 쓰고 있다. ‘신곡’의 작가 단테는 악기를, 그리고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들고 있다. 문득 조각을 보니, 나는 나를 표현하는 조각을 한다면 무엇을 들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펜을 들기를 원하지만,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들고 있을지 각자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내가 어떤 걸 들지는 후에 생을 뒤돌아볼 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오후부터 흐리던 하늘은 비가 오는 날씨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야경투어는 취소가 되었다. 로마에서 일정이 비슷해 야경투어를 함께 신청한 동행분과 늦은 저녁을 먹고선 피렌체의 꽃피는 밤을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