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스 May 19. 2020

Track.54 오늘도 이탈리아에는 비가 오네...

이탈리아 밀라노 Track.54 비가 오네 - Geeks


2019. 11. 07 (목)
이탈리아 베네치아 - 밀라노
비가 오네 (feat. 박수민) - Geeks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허탈한 경우가 어떤 경우냐면, 바로 여행지를 떠날 때 날씨가 좋아진 경우다. 점점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도시를 떠날 땐 뭔가 농락당한 기분이다. 이번 베네치아도 그러했다. 물론 전날 날씨가 맑아서 다행히 여행을 다니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날은 전날보다도 훨씬 날이 좋았다. 햇살 좋은 베네치아를 뒤로 하고 기차를 타러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으로 향했다. 흔들거리는 수상버스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흔들거림 없이 기차역사로 들어가니 그새 몸이 수상버스에 적응했었는지 단단한 지면에 발 디딘 다리가 어색했다.


오늘의 여정은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Venezia Santa Lucia)에서 밀라노 첸트랄레 역 (Millano Centrale)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 일정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탄 열차는 이딸로(Italo)였다. 베네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20분이 걸려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도시 밀라노에 도착했다. 


내가 타고 온 이딸로 열차와 밀라노 첸트랄레 역 플랫폼

 


밀라노에 도착하니 비가 맞이해주었다. 피렌체에서부터 밀라노까지의 이탈리아 여행은 비구름을 따라가는 여행이었나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농락당한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앞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할 땐 적어도 10월에 여행해야겠다고. 


밀라노는 관광도시이기보다는 산업, 경제의 도시다. 또한 교통 도시라 다른 지역을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다음날 프랑스 니스를 가기 위해 밀라노에 하룻밤만 들렀다. 근데 그 하룻밤도 역시 비와 동행하게 되었다. 밀라노 첸트랄레 역은 교통의 중심지답게 큰 크기를 자랑했다. 중앙역을 뜻하는 첸트랄레 역에는 이탈리아 전역과 주변 국가로 달리는 기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밀라노에는 여러 지역과 국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역사 안을 다니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하나였다. 일단 중앙역에서 숙소로 이동해 체크인을 하고선 밀라노 대성당을 보러 갔다.






밀라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숙소서 우산을 쓰고 나왔다. 다행히 밀라노 대성당을 볼 땐 잠시 비가 그쳤다. 대성당 앞에는 유명한 관광지에는 늘 그렇듯 팔찌단과 잡상인 그리고 비둘기가 나를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경계태세 발동하며 다니고 있기에 다 피하고 다녔다. 밀라노 대성당은 밀라노 두오모라고도 불리는데, 두오모는 피렌체 두오모처럼 둥근 지붕의 돔(DOME)을 뜻하기도 하지만 대성당을 의미하기도 한다. 밀라노 두오모는 밀라노 대성당으로 뾰족한 장식이 수놓아있는 고딕 양식이다. 크기가 얼마나 큰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기가 힘들다. 직접 본 고딕 성당의 크기로 따진다면 밀라노 대성당은 비엔나의 슈테판 대성당,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에 못지않았다.





밀라노 대성당 옆에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있는데 여기가 그 유명한 밀라노 명품거리다. 신기한 건 이 갤러리를 기준으로 팔찌단과 잡상인은 출입하지 않는다. 물론 갓둘기님들은 그런 거 없이 제멋대로 다니지만. 비도 피할 겸 갤러리에 들어가 윈도우를 구경했다. 갤러리에서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은 없기에 그저 눈으로만 쇼핑했다. 가게에 들어서면 점원들이 상냥하게 다가오며 찾아보는 물건 있냐며 물어보는데 가난한 청년 배낭여행객에게 과분한 고객응대였다. 아마도 점원은 나를 돈 많은 동양인이라 생각했겠지만, 죄송합니다 저는 짠내투어 중이에요.


갤러리아 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괜찮은 넥타이 브랜드를 발견했다. Andrew's Tie란 브랜드였다. 넥타이에 관해 아는 바가 없지만 가격대와 디자인이 괜찮았다. 마침 넥타이를 50% 할인가로 판매하는 프로모션 기간이었다. 아버지 넥타이 선물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스타일의 넥타이 하나를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가 넥타이 선물을 받아보실 아버지 표정을 상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맛에 선물 구매하는 거 아니겠는가.








다시 숙소로 향하는데 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가 내리니 신비한 동물사전 1편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난다. 머글들의 기억을 지우는 비가 내리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여행지인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되새겨본다. 멋진 광경에 감탄을 하던 순간도 있었고, 음식이 너무나 잘 맞아 폭풍 흡입한 순간도 있었다. 좋은 동행분들을 만나서 즐거운 기억과 인생 샷이라 불리는 사진도 남겼다. 비가 와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 소매치기를 당해서 멘붕인 상황도 있었다. 만약 지금 내리는 비가 이탈리아에 있는 마법사가 내리는 기억을 지우는 비라면, 부디 좋은 기억만은 남기고 아쉽고 멘붕이었던 기억은 지웠으면 좋겠다.


이탈리아는 역사 속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내게 제일인 나라였다. 뭐든 잘 먹는 나지만 음식도 유럽에서 내 입맛에 가장 맞았고, 도시마다 다른 분위기에 취하기도 했기에. 여러 가지로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던 이탈리아에 다시 오고 싶다. 물론 그때도 경계태세를 늦추진 않은 채로.


비가 온다. 하지만 비 오는 아쉬운 날씨는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라면서, 내일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니스로 떠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Track.53 하루 끝이 모이는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