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모나코 Track.56Love Never Felt So Good
2019. 11. 09 (토)
프랑스 니스 에즈 - 모나코 당일치기
Love Never Felt So Good - Micheal Jackson
파리만 가본 사람은 절대 프랑스의 매력을 알지 못한다. 마치 서울만 보고선 우리나라의 매력을 전부 아는 건 아니듯이. 서울과 부산만 보더라도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지닌 도시의 매력이 다르지 않은가. 프랑스의 서울이 파리라면, 부산은 니스다. 지중해를 품은 남프랑스의 휴양도시인 니스는 도시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근교 도시로 당일치기하기 좋은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심장인 파리, 몽생미셸과 옹플레흐, 에트르타의 노르망디, 독일과 접경지대인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가 있는 알자스 지방에 이어 지중해를 품은 따사로운 남프랑스에 도착했다. 오늘은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외곽부터 가본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이 걸려 도착한 작은 마을, 에즈(Eze)부터 가봤다.
에즈와 모나코 당일치기를 함께하는 동행은 프랑스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온 동생이었다. 파리에서 10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주말과 쉬는 날마다 프랑스 전역으로 여행을 다니는 청년이었다. 마침 같은 호스텔에서 묵어서 아침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니 관심사가 비슷했고,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행운이었다.
에즈는 작은 마을로 2시간이면 천천히 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에즈는 매우 작은 마을이었다. 사실 에즈 마을 자체에 볼거리보다는 에즈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풍경이 더욱 인상이 깊었다. 에즈로 향하는 구간은 구불구불 해안도로였는데 코너를 돌 때마다 보이는 푸른 바다가 마음을 들떠놓았다.
에즈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즈를 비롯해 남프랑스는 비누와 향수가 유명하다. 라벤더 밭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지역은 예로부터 비누와 향수 제조로 유명했다. 특히 남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는 프랑스 왕이 독점으로 비누생산을 허락한 도시였고 그로 인해 마르세이유를 중심으로 비누 제조 산업이 발달했다. 에즈 역시 라벤더 향수를 비롯해 비누, 디퓨저 등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은은히 퍼지는 라벤더향에 기분이 좋아질 때쯤 버스에 몸을 다시 싣고선 다음 도시인 모나코로 향했다.
에즈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를 달려가는 길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보이는 지중해 풍경이 나를 반긴다. 중세의 작은 마을 모습이 보였던 에즈와는 다르게 현대적이고 모던한 건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깔끔한 빌라 건물들이 보이고 고급진 마리나에 정박한 요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세계 최고 부자국가인 모나코에 도착했다.
모나코에 도착하자 든 생각은 정말 부티나는 동네라는 거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와 건물들, 푸른 지중해 바다와 마리나에 진열된 요트들, 그리고 도로를 활보하는 스포츠카까지. 고급진 도시 풍경에 압도된 채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여권에 모나코 입국 도장을 기념으로 받았다. 특이한 건 입국 도장을 찍기 전에 러시아 입국 여부를 묻는다. 모나코와 러시아 간의 국교가 좋지 않은 건지 모르지만, 일단 러시아는 갈 계획이 없기 때문에 여권에 입국도장을 쾅쾅 찍었다.
입국 사무소에 나와 정류장 앞쪽에 있는 카지노 건물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내려가는데,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벤츠, 아우디는 기본이고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의 스포츠카들이 쭉 주차되어있다. 차에 관심이 적은 나지만 스포츠카들이 줄지어 주차된 모습은 입을 벌릴 만했다. 도로 위 스포츠카들의 향연만 보더라도 여기가 F1의 도시이자 부자 동네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모나코를 구경하면서 모나코 공국 성으로 가보았다. 모나코 성에서 바라보는 모나코 시내 전경이 정말 끝내주었다. 부내 나는 지중해 도시의 완전체 모습이었다. 남부 투어로 다녀온 이탈리아 지중해 마을인 포지타노와 비교해보면 포지타노가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사람 냄새나는 동네라면, 모나코는 세련되고 모던한 부자 동네였다.
동행은 오늘 AS모나코와 보르도 FC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일정으로 헤어져야 했다. 보르도 FC 소속의 황의조의 경기를 보러 모나코로 온 동행의 열정이 대단했다. 나는 축구경기를 볼 계획은 없었기에 니스로 돌아가는 길로 향했다. 모나코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해안도로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붉은 노을이 펼쳐진 지중해가 보였다.
노을이 진 지중해 해안 마을을 눈에 담은 채 버스는 하염없이 달렸다. 오늘의 BGM이 귓가에 들렸다. 따사로운 햇살, 푸른 지중해 바다, 모던하고 깔끔한 휴양지의 광경, 그리고 붉게 물들인 지중해의 노을까지. 노을이 펼쳐진 지중해의 저녁 모습은 내가 남프랑스에 온 이유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았다.
그래 이게 지중해 감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