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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Jun 01. 2020

Track.61 아날로그적인 청춘의 여행길

포르투갈 리스본 Track.61 VIVA 청춘 - DICKPUNKS

2019. 11. 14 (목)
포르투갈 포르투 - 리스본
Track 61. VIVA  청춘 - DICKPUNKS




아날로그 기찻길의 매력


노을이 진 풍경의 감동을 준 포르투의 기억을 뒤로하며 오늘은 리스본으로 향하는 날이다. 포르투에서 리스본까지는 버스나 기차나 모두 3시간 40분정도 걸린다. 버스나 기차 어떤 걸 타고 가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지만, 미리 예매한 기차티켓이 버스비용보다 훨씬 저렴했기에 기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포르투 상 벤투역 (Sao Bento Station) -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역 (Santa Apolonia Station)

리스본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러 상 벤투역으로 갔다. 어제 보았던 아줄레주 벽화도 한번 눈에 익히고 역사안으로 들어간다. 포르투 상 벤투 역에서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까지 가는 직행 기차는 없기에 캄파냐역(Campagna)에서 기차를 환승했다. 상 벤투역에서 캄파냐역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캄파냐역가지 가는 기차는 지역 완행열차였기에 덜컹거리는 기찻길의 흔들거림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캄파냐역에 도착해 리스본행 열차를 기다린다. 출출한 허기를 달래려 역사 내 작은 카페에서 소박한 아침을 해결한다. 캄파냐역에서 생각한 오늘 여정의 느낌은 '소박함'이었다. 카페는 작지만 여행자들의 밀도있는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소박했다. 캄파냐역사도 그동안 유럽 여행을 하며 들른 커다란 역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그리고 리스본으로 향하는 포르투갈 CP열차 역시 수도와 제2의 도시를 잇는 기차치고는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이었다.  


유럽에서 여러 열차를 타봤는데, 포르투갈의 CP기차는 다른 유럽국가에서 탔던 고속열차의 느낌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했다. 빠른 속도보다는 완행열차마냥 느린 속도로 기차는 달린다. 속도가 느리다보니 오히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기에는 더욱 좋다. 포르투갈의 구릉지와 언덕이 나열되고 그 위에는 하얀 벽과 주황색 지붕으로 통일된 집들을 지나친다.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향수가 가득 뿜어지는 리스본으로 가는 열차였다.





비바람이 분다. 웃는다. 햇살은 부서진다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역에 도착해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숙소에 둔 뒤에 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숙소로 향할 때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던 날씨는 체크인을 하고 거리에 나오자 한바탕 비가 쏟아졌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태양은 떴는데 비가 내린다는 점이었다. 결국 잠시 비를 피하려 포르투갈의 한 서점에 들어갔다. 역시나 알 수 없는 포르투갈어로 적힌 책들을 구경하다 낯익은 얼굴이 있는 한 책을 발견했다. 방탄소년단 책이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탄소년단을 만나다니! 유럽여행하면서 투어 가이드분들께서 방탄소년단이 다녀간 맛집, 장소, 공연장을 언급하면서 방탄소년단이 유럽에서도 인기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전세계적인걸 다시금 알게 된다.


비가 그쳐 다시 거리로 나왔다. 기존 유심 데이터가 소진 직전이라 보다폰에서 유심부터 구매했다. 날씨탓인지, 포르투에서 늦게 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졸음이 쏟아져온다. 하지만 졸음을 이기고 기왕 거리에 나온 김에 조금 더 다녀보기로 한다. 몸을 움직이며 나른한 오후의 잠결을 흘려보낸다. 호시우 광장을 지나 코메르시우 광장까지 걸어본다. 코메르시우 광장에 도착하자 탁 트인 전경과 함께 강바람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다.







멋진 오늘이 기다려


리스본은 3박4일의 일정이지만 마지막날 야간 버스를 타기에 오히려 4박5일 같은 일정이다. 지난 여행에서도 리스본을 왔었기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당시에는 3박4일이었지만 오고 가는 날에 모두 비행기로 이동했었기에 실질적으로 2일밖에 여행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다보니 이번 여행에는 그때의 아쉬움을 모두 만회하고자 넉넉히 시간을 잡았다. 여유로운 일정이기에 리스본에서의 첫날인 오늘은 숙소 주변만 잠시 탐방해 지난 여행 기억을 복기하는 정도로 마췄다.


오늘의 BGM은 딕펑스의 VIVA청춘이라는 노래로 선정해봤다.

나는 나름의 청춘 여행으로 짠내나는 장기 유럽 여행을 떠나왔다. 슬프냐고? 그렇지 않다. 이런게 뭔가 더 청춘같지 않나싶다.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무식해도 용감하게 돌진해서 의외의 결과를 얻는다.

함께하는 다른 청춘과 시간을 보낸다.

하루를 같이 지내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해가 반짝 뜬 오늘의 묘상했던 날씨처럼,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는 작금의 현실도 분명히 지나가고 밝은 미래가 오리라 믿는다. 순간순간이 푸르게 반짝인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보내는게 청춘이 아닌가.


반짝이고, 반짝여라. 

그렇게 나의 일상, 나의 마음, 나의 가치가 반짝거리는 보석이 되리라 믿는다.

별거 아니지만, 때로는 별거 아닌게 대단한 힘을 지닌 것처럼.


빛나고 있고, 앞으로도 빛날 거라 믿는 나의 젊은 날을 만들기 위해 나는 일상의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








돌아가는 길에 포르투갈 식당에 들러 해물밥 한그릇하고 간다. 비록 우리나라와 같은 찰기가 있는 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밥을 먹으니 살듯하다. 포르투갈은 우리나라 입맛에 꽤 잘맞는 편인데, 해물밥이나 문어밥을 먹으면 빵을 먹던 나날보다 확실히 뱃속이 든든하다. 이래서 한국인은 밥심이라 하나보다. 물론 한국가서 제대로 된 쌀밥을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가야할 곳의 교통편을 알아보고선 일찍 잠에 들었다. 오늘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였다면 내일은 부디 맑은 날씨이기를. 내일은 맑은 날씨여야만 하는 곳에 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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