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개관
발칸 반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공화국(Republika Slovenija)은 아주 작고 푸른 나라로 유럽인들이 가장 휴양을 즐기고 싶은 유럽 국가로 손꼽히는 나라입니다. 슬로베니아는 알프스의 7시 방향에 위치한 산악국가로 유럽 녹색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산이 많고, 숲이 깊은 데다가 동부에는 온천지대가 많은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중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운 카르스트 지형이 바로 북부의 크라스 Kras에 있고, 석회암 지반이 많아 수천 개의 동굴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도 공기가 상쾌하고 눈만 살짝 돌려도 알프스의 산들을 볼 수 있는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슬로베니아입니다.
슬로베니아의 볼거리는 아주 다양한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중 하나로 손꼽는 블레드 Bled 호수와 보히니 Bohinj 호수, 드라마 흑기사의 배경인 프레드 야마 성 Predjama Castle,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알려지고 있는 톨민 협곡 Tolmin Gorges, 아기자기한 기차를 타고 입장하는 아름다운 포스토이나 동굴 Postojna cave, 악마의 바이올린 타르티니의 고향 피란 Piran, 가장 오래된 와인용 포도 나무의 고향 마리보르까지 슬로베니아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블레드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호수입니다. "슬로베니아의 석회암 지형과 알프스 빙하로 인하여 깊게 파인 곳에.."이런 설명도 가능하지만 그냥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특히 블레드 성에 올라가 호수를 볼 수 있는 마당으로 걸어 올라갈 때에는 사오십여 번을 방문한 저도 오늘은 어떤 전망일까라며 기대를 할 정도로 아찔하게 아름다운 전망을 만나는 곳입니다. 호수 근처에 앉아, 블레드 섬으로 향하는 전통 플레트나(Pletna) 보트를 보고 있으면,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인 블레드 섬의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블레드 섬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날 좋은 주말에 블레드 섬에 도착한다면, 백개짜리 계단을 새 신랑이 신부를 업고 올라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계단을 잘 올라가야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고 하며, 신랑과 신부는 성모승천 성당에서 소원의 종을 울리며 영원한 결혼을 기원합니다.
또 하나의 전설은 블레드를 다스리는 영주에 관란 이야기입니다. 한때 블레드는 나쁜 영주가 있었다고 합니다. 화가 난 영주민들은 영주가 이끄는 사냥에서 영주를 죽여버리고 성에 돌아와선 영주가 실종됐다고 거짓 보고를 하는데, 영주의 부인은 남편을 찾아 헤매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모든 가산을 모아 큰 종을 만들어 예수께 봉헌하면 남편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블레드 호수의 한가운데 성당을 만들고 큰 종을 매달아 예수에게 성당을 봉헌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공사의 마지막을 위해 보트에 종을 옮기는데, 항상 잔잔한 호수에 큰 바람이 불고 종은 호수 어딘가에 가라앉아 버립니다. 절망한 영주의 부인은 로마로 가서 수녀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블레드섬의 하나뿐인 성당인 성모승천 교회에 있는 종은 로마 교황청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주 부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교황청이 달아준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블레드 호수는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의 자락인 트리글라브 Triglav 산(2864m)의 한쪽 끝에 있는데, 슬로베니아의 남자라면 트리글라브 산의 정상을 한번 정도는 등반해야 남자로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호수의 한쪽에는 빌라 블레드 Vila Bled라고 하는 세계 정상급 호텔이 있습니다. 원래 유고연방의 종신 대통령이었던 요시프 티토의 별장이었는데, 예전 북한의 김일성이 이곳을 방문한 뒤 블레드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아들인 김정일과 함께 예정보다 일주일 더 머물고 갔다고 합니다. 이곳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꽤 유명한 이유도 김일성 덕분인데, 방명록에 김일성의 싸인이 있다고 합니다.
빌라 블레드에 방문한다면 디너를 추천합니다. 빌라 블레드의 골프 코스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 중 하나로 유명한데, 빌라 블레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약이 필요합니다.
블레드 호수에서 25km 서쪽으로 떨어진 보히니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해발 2천이 넘는 절벽 위에 숨겨진 설원의 스키장이 있습니다. 블레드 호수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보히니를 더 선호합니다. 특히 스키장은 주변 국가에서도 일부러 방문할 정도로 뛰어난 설질로 유명합니다.
포스토이나 동굴 / Postojna Cave
포스토이나 동굴은 밝고, 넓으며, 화사합니다. 중간중간에 귀족들이 파티를 열만 한 느낌인데 실제로 오스트리아 제국 시절 황제나 귀족을 위한 공연들이 자주 열렸다고 합니다. 특히 동굴을 들어가고 나올 때에는 누구나 10분 정도 기차를 타게 되는데, 기차에 앉아서 보는 포스토니아 동굴은 지금까지 경험한 동굴과는 다른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줍니다. 동굴의 온도는 항상 13도 정도인데, 기차를 탈 때 추워 한 여름에도 재킷이 필요합니다.
포스토니아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프레드 야마에는 동굴 안에 만들어진 성채인 프레드 야마 성이 있습니다. 한때는 힘없는 시골 영주의 볼품없는 방어책이었지만 현대에는 방송 CF나 중세 배경의 드라마에 종종 배경으로 쓰였고 얼마 전에는 한국 드라마 흑기사에도 배경으로 쓰여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작은 국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는 파리와 정반대의 도시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파리에 많은 기대를 하고 도착하지만, 상상과는 너무 다르게 지저분하고, 사람이 많으며 친절하지도 않지요, 그런데 그런 파리가 얼마 지내다 보면 최고의 도시라고 합니다. 하지만 류블랴나는 파리처럼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받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며칠 지내다 보면 파리처럼 정말 편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도시입니다.
도시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소박한 길, 조금만 눈을 돌려도 알프스의 설산이 보이고 작은 도시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편리함, 게르만족과 슬라브족의 문화가 적당히 섞여, 미식거리가 많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뛰어난 레스토랑들, 한 국가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 느긋하고 조용하며, 굳이 비싼 쇼핑을 할 필요도 뭘 특별히 봐야 할 필요도 없는 편한 곳이 류블랴나입니다.
류블랴나는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1895년 대지진으로 도시의 중심부가 불타고 무너진 후에 당대 유럽 최고의 건축가였던 요제 플레츠닉이 빈 분리파 스타일로 도시를 재건축하였고 이후에도 사회주의 유고연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은 도시로 아름답고도 실용적인 건축물들이 가득합니다. 류블랴나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를 결심하다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울하지만 아름다우며, 곳곳에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용의 도시 류블랴나는 현대인의 여행과 참 잘 어울립니다.
피란 / Piran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란 별명을 가진 슬로베니아의 작은 마을인 피란 Piran은 바다가 참 아름답고 특히 노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피란의 노을은 사람을 홀린다고 할만합니다. 발칸의 바다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자연과 사람들이 섞여 있어 기억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방어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중세 시대의 작은 골목과 아기자기한 예술품들을 파는 작은 공간들이 숨어있고 맛있는 커피와 식사, 근래 십여 년 사이에 피란은 슬로베니아의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이사 오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풍경, 장기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작은 마을입니다.
슬로베니아를 가로지르는 사바강의 남쪽을 발칸 지역이라고 합니다. 발칸은 거칠고 깊은 숲을 가진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발칸의 초입인 톨만 협곡은 알프스의 거친 협곡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가장 서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입니다. 두 시간 정도 적당한 난이도의 코스지만 협곡이 아름답고 잠깐 걸어도 쉽게 깊은 협곡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트래킹 코스 내내 신비한 원시림의 느낌이 가득한 곳입니다.
마리보르는 슬로베니아 동북부의 작은 도시로 한때는 오스트리아의 영토였습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화이트 와인으로 강가에는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데, 그중 와이너리는 한 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로 와인을 만든다고 합니다.
안개가 잦은 지역답게 마리보르의 화이트 와인들은 산미와 청량감이 좋으며,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맛으로 와인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