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이누나 Feb 09. 2023

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본 인테리어

작년 8월, 회사에서 door to door로 걸어서 15분 걸리는 아파트로 이사하게 됐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테리어'를 해보게 됐다.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내 브런치 필명에 있기도 한 치와와 '김밥'이와 함께하는 집에 살았었다. 이전 집은 약 20평 정도 되는 빌라 4층이었는데, 첫 입주였고 작은 테라스가 2개 딸린 집이었다. 그 집을 처음 발견했을 때 독특한 구조와 테라스가 마음에 들어 말 그대로 '폴짝폴짝' 뛰었던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 전 집을 소개하는 글을 먼저 써볼까도 했지만 아직은 밥이의 흔적을 오롯이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루고자 한다.



좌) 따스한 햇살을 좋아했던 햇살보다 따스한 김밥이 우) 테라스에서 눈 구경하는 밥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평범한 23평 구축 아파트이다. 구조상으로는 정말 특별할 것 없다. 지금 집의 변신 전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인테리어 전 before



언젠가 인테리어라는 것을 해볼 수 있게 된다면, 화이트가 메인이 되는 집은 피하고자 했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점이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화이트 월에 가구들이 오브제처럼 들어가 있는 형태를 집에서까지 함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화이트가 베이스가 되는 인테리어는 안정적이고 어떤 가구들을 배치해도 깔끔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어 그만큼 인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 집은 깔끔이라는 단어보다는 편안하고 조금 동양적인 스타일로 꾸며보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 대금을 배웠고, 다례원을 다니며 차 생활을 하는 나에게 동양적인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자꾸 머물고 싶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고 할머니 집 같은 느낌은 아니었기에 어떻게 하면 동양적인 느낌을 '간결하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여러 가지 레퍼런스를 찾아보다가 '템바보드'를 생각하게 됐다. 집에 포인트를 어두운 갈색톤의 템바보드로 주면 화이트 톤을 벗어나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After, 우드 템바보드를 활용해 간결하게 동양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



위에 식물은 이사 기념으로 플로리스트인 친동생이 선물로 준 '애니시다'라는 식물이다. 몇 개월간 키워보니 물을 자주 줘야 한다는 점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은 아니지만 맘에 쏙 든다. 수형도 아름답고, 거친 질감의 토분은 더 맘에 든다. 고마워!



거실에서 바라본 모습



우드 템바보드는 거실에만 있기보다는 거실에서 식탁 테이블이 있는 곳까지 이어지게 만들어서 조금 더 통일성을 주고자 했다. 부가적으로는 공간이 연결되어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이 부분이 생각한 데로 잘 나와서 무척 기쁘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원목 의자는 당근마켓에서 한 개에 6만 원씩 총 12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는데, 마치 우리 집과 세트 같은 느낌이 든다. 원목의자인데 등받이가 높게 되어있어 독특하고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운 느낌을 주어서 정말 맘에 든다! 게다가 사용하기에도 무척 편안하다.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프랭크 게리의 비트라 위글체어도 고민 끝에 이번에 구매하게 됐는데, 직선이 주를 이루는 아파트라는 공간에 곡선을 더해 조금 더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또 컬렉팅 한 그림들을 배치했는데 이 그림들은 별도의 글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벽지는 교체하지 않았다. 기존에 있었던 거실 아트월이 마음에 든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많은 돈을 쓸 수가 없었기에 기존 구조에서 손대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문짝과 몰딩은 사용감이 있어 보여 기존과 동일하게 화이트로 칠하고, 템바보드를 설치한 것 이외에 추가적인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 즉 인테리어는 페인트와 템바보드만 했다! 다행히 화장실은 리모델링 한지 얼마 안 돼서 깔끔했다. 화장실이 맘에 안 들었다면 큰돈이 깨졌을 텐데 정말 다행이었다. 화장실은 어두운 톤의 큰 타일로 되어있다. 자잘한 타일보다는 큰 타일이 줄눈이 적어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만약 화이트 톤에 사용감이 있는 화장실이었다면 반드시 고쳐야 했기에 큰돈이 들어갈 뻔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인 샷시를 교체해 볼까 고민을 잠깐 했지만 예산 절감을 위해 미루기로 했다. 혹시 신혼집을 계획하거나 제대로 된 인테리어를 하고자 한다면 샷시는 필수다. 지금 당장은 못했지만 나도 향후 샷시는 교체를 할 생각이다.



예산을 절감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벽지라고 생각한다. 이 집은 처음부터 벽이 화이트톤이 아니었다. 원래 있던 벽지가 붉은 톤이 아주 약간 도는 베이지 빛이었고, 거실에는 아트월로 질감이 있으면서 오묘한 톤으로 되어있어 이 부분이 손댈 것이 없었다.



쇼파와 테이블은 모두 검정색



거실에 새롭게 구매하는 가구들은 모두 검은색으로 했다. 소파도 검은색, 테이블 상판도 검은색이다. 현재 거실에는 짙은 청색의 러그가 깔려있는데 러그는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좋은 아이템 중 하나이다. 혹시라도 집안 자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러그를 교체해 기분전환을 하려고 한다. 러그 구매 시 팁이라면,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관리에도, 사용하기에도 좋다. 너무 얇은 제품을 구매하면 사용하기에도 불편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가 확실히 어려운 것 같다.



안마의자 너무 좋아!



소파 옆에는 안마의자가 있다. 안마의자는 이전집에 살 때 구매한 것인데 혹시나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께는 감히 추천을 드리고 싶다. 티비를 보며 안마의자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요즘 인테리어 잡지 등을 보면 티비가 없는 집들이 나오는데, 그런 집은 나에게 맞지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말이면 무심히 틀어두던 디즈니, 전국 노래자랑, 영화채널 등이 내 기억의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다. 티비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막상 아예 없으면 심심할 것 같다. 우리 집에는 티비는 있지만 티비장은 없다.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티비를 거치하기 위한 용도, 혹은 수납을 이유로 티비장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티비장을 두게 되면 집이 약간 전형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티비장을 없애고 모든 전선들을 숨겨두니 깔끔해 보여 좋다.





방은 총 3개인데 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서 한 개는 옷방, 하나는 내 방, 하나는 동생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각자의 방은 정말 자기 맘대로 꾸몄다. 동생은 조금 더 인스타 감성으로, 나는 오롯이 쉼을 위한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심플하게, 흰색 조명을 사용했다.



동생이 꾸민 방, 동생을 닮았다.



내 방 일부, 크리스마스 시즌 사진이다.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두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한다.



행돌이가 밝혀주는 내 방



내 방에는 '행돌이'라고 이름 지은 주백색 무드등이 있다. 네이버쇼핑을 통해 2만 원가량 주고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 자기 전 유튜브를 볼 때 항상 켜둔다. 사진은 겨울시즌 네일아트가 마음에 들어 내 방의 마스코트인 행돌이 조명과 한 컷 찍어 보았다. 방의 모든 조명은 거실과 다르게 주백색이다. 가구들도 거실과 다르게 모두 화이트 톤의 군더더기 없는 것들이다. 인테리어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것은 커튼의 비침정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자외선 차단효과가 더 좋은 커튼을 골랐다는 점이다. 더 투명한 커튼과 놓고 고민했었는데 아주 살짝 두께감이 있는 커튼으로 고르길 잘한 것 같다. 사용해 보니 추천하고 싶다.



옷방



옷방에는 정말 옷과 전신거울만 있다. 외출하기 전에 항상 들르는 옷방. 옷 가짓수에 비해 공간이 넓지 않아서 행거를 설치해 위아래로 오롯이 옷에게만 공간을 내어주었다. 왼쪽은 동생 옷, 오른쪽은 내 옷. 옷방에 옷을 볼 때마다 올해는 쇼핑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주방, 인덕션을 설치했다. 주방 한 켠, 차도구와 술들



주방 한편에는 차도구와 술들이 있다. 지금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수가 훨씬 늘어났다. 술은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꺼낸다. 마츠와인은 디자인이 예뻐서 항상 세 세트를 유지하고 있다. 빈티지에 따라 청년, 중년, 노년의 얼굴로 나뉜 라벨이 직관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보여 좋다. 인테리어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진에 보이는 차는 섬서성의 경위복차(흑차)인데 혹시 차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해드리고 싶다. 악퇴를 거친 부드러운 숙차는 정말 좋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사진처럼 저렇게 통째로 구매했을까. 조금은 진정성이 전해졌으려나 모르겠다. 인덕션 뒤에는 다 마신 술병과 올리브오일 공병인데 매번 내놓는 것을 깜빡한다. 얼른 내놔야지.



거실 커튼을 열면 탁 트인 풍경이 마주하고 있다. 집 위치가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것 같아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일렬로 붙어있어 안전한 느낌, 걸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트인 풍경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내 취향이 담긴 공간을 가질 수 있어 행운이다. 이 집에서도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테리어를 위한 가구와 소품 잘 고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