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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이누나 Apr 10. 2023

동생이 일하다가 코피가 터지고 말았다!

과연 엄마의 반응은?

동생은 플로리스트다. 사람들의 삶에 반짝이는 순간들에 함께한다. 동생은 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꽃 일은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힘을 쓰거나 육체적인 강도가 상당한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좋단다. 내가 생각하는 동생 꽃집의 장점은 일단 무진장 친절하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은 시간이 갈수록 극대화되어 사업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다. 호텔웨딩, 호텔행사, 백화점 행사, 명품매장 VIP 행사 등 나로서는 잡지 같은 곳에서 보던 일들을 동생이 직접 진행하게 됐다. 4월, 5월은 결혼식뿐만 아니라 여러 행사들이 많아져서 같이 살고 있어도 동생의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 이번 주말, 드디어 사달이 났다. 안마의자를 하던 동생이 코피가 터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코피 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해서 웃음이 터졌다. 동생 본인도 “아오 이게 뭐야?” 이러면서 같이 웃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얼른 사진을 찍어 엄마한테 보냈다.



동생 이름은 지웠습니다 :)



엄마는 코피가 터진 채 웃고 있는 동생의 사진을 보며 '삶의 전쟁에서 이긴 영웅'이라고 말해주었다. 산다는 게 전쟁인데, 전쟁터에서 승리했으니 코피만 터지고 웃고 있다면서. 동생한테 "야 엄마가 너 영웅이래"라고 말하니 "역시 엄마"라고 답을 하고 코피를 쓱 닦으면서 일어났다. 별일 아니라는 듯.



엄마는 내 브런치 열성 구독자인데, 얼마 전 나에게 '너의 글은 마치 너처럼 담백하고 꾸밈없어서 좋은데 평범한 느낌'이라며 냉철하게 구두 코멘트를 날려준 적이 있었다. 에세이인 만큼 문학적인 감성을 한 스푼 떨어뜨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첨언해 주었다. 나도 이 부분을 조금씩 보완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런 문자를 받게 되다니. 진정한 음유시인은 우리 엄마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아름다운 거 아닌가. 이런 답을 해주는 게 우리 엄마라는 게 고마울 정도로 말이다. 사실 엄마는 60이 넘는 나이에 마음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습도 참 아름답게 가꾸었다. 맨날 살 빼야지 말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나와는 차이가 크다.



나도 성심성의껏 살아야겠다. 그래서 매 순간, 삶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영웅이 되고 싶다.




엄마의 뒷 모습




동생 꽃집에 함께 놀러 갔던 귀여운 우리 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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