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갑자기 200만 원이 생긴다면?
올해 초, 상금 200만 원을 타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 공모전에 참가했다. 하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 글이 어떤 방식으로든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공유해 본다.
내 주변에 감사한 인연들을 위하여.
나의 200만 원에 대하여
- 내가 만약 최우수상 수상자가 된다면
매일 토스에 접속한다. 만보기 혜택과 행운복권 때문이다. 1,000걸음에 10원, 5,000걸음에 10원, 1만 걸음에 20원. 행운복권을 클릭하면 매일 10원을 받을 수 있다. 개그맨 박명수 씨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한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티끌을 열심히 모은다지만 아직 통장 잔고는 별 볼일 없는 상태니까.
하지만 지금 내겐 티끌 같은 돈이라도 간절하다. 돈을 모아야하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처음 맛보는 월급은 너무나 달콤했다. 적어도 내가 직접 번 돈에서는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딱히 모은다는 생각 없이 참 열심히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버버 하다 보니 미혼인 상태로 30대 중반이 되었는데, 통장의 곳간이 너무 비루한 것만 같다. 나도 유튜브 같은 데서 무용담을 늘어놓는 그런 사람들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지 몰라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재테크를 위해서는 시드머니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자’라는 신기루 같은 꿈을 위해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우선 아끼고 아껴보는 중이다.
그러던 와중 토스 머니스토리 공모전 공고를 보게 됐다. ‘머니 스토리 공모전이라고?’ 다른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당장 상금을 얼마나 주는지부터 찾았다. ‘최우수상 200만 원’ 모니터를 바라보다 잠시 멍 때리게 됐다. 평소 로또를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돈을 어떻게 쓸지 야무지게 계획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때론 이런 망상은 꽤나 진지하기까지 했다.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당첨되지도 않은 로또 1등 사용계획에 대해 열 띈 토론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토스 머니스토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된다면? 다른 혜택들도 맘에 들지만 우선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와우. 벌어지지 않은 일이지만 상상은 공짜니까 또 한 번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갑자기 생긴 200만 원이라. 우선 부모님이 떠오른다.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부모님을 위해 100만 원을 쓰고 싶다. 엄마 아빠께 50만 원씩 각각 봉투에 담아서 멋있게 드려볼까? 아니다 그냥 같이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사드려야겠다. 부모님께 돈을 드리면 혹시나 쓰지 않고 고이 모셔둘 가능성이 있는데 상금 100만 원은 순수하게 부모님을 위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현재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엄마는 무려 8년이 넘도록 별도의 휴무일을 정하지 않고 일하고 계신다. 즉 매일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엄마 가게이름을 치면 음료에 대한 칭찬도 많지만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친절한 사장님은 우리 삼 남매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곤을 삼켜왔을까?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기 어려워 일요일 저녁만 되면 출근하기 싫다고 징징대는 나로서는 쉽게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런 부모님의 성실함은 감히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이었는데, 엄마는 명절 때도 차례를 위해 오전만 쉬고 오후에는 가게 문을 열어두셨다. 아빠는 평일은 회사에 출근하시고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면 늘 엄마를 가게에 태워다 주셨다. 이런 엄마 아빠에게 딸이 용돈으로 준 50만 원이라? 잘 쓰겠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야무지게 모아두실 것만 같다. 토스 공모전으로 받은 상금을 쓴다는 핑계로 엄마를 하루 온전히 쉬게 해드리고 싶다. 아빠도 같이 연차 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고, 소소하고 멋진 하루를 드리고 싶다.
자, 이제 100만 원이 남았다. 남은 100만 원 중 30만 원은 우선 막냇동생인 남동생에게 현금으로 주고 싶다. 남동생은 일을 하다 잠시 쉬고 있다. 나도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백수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때의 용돈은 너무나도 달콤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남동생의 앞날을 응원하며 30만 원을 쾌척하고 싶다. 여동생에게는 돈으로 전달하기보단 평소 좋아하는 회를 사주고 싶다. 이번 겨울, 여동생과 함께 방어회를 먹었는데 한 점 한 점 맛있게 먹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 10만 원 정도 들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남은 돈은 60만 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다. 여자인데 원숭이를 닮았다며, 어릴 때 아무렇게나 지은 ‘몽키’라는 별명을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내 친구 몽키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가고 싶다. 위에 언급한 로또 1등에 대한 망상은 이 친구와 있을 때 가장 커져갔던 것 같다. 로또 당첨은 아니지만 어쩌다 마시게 된 공짜 술로 축배를 들고 싶다. 그럴듯한 안주로 가다 보면 한 10만 원 정도는 나오겠지? 이제 50만 원이 남았다.
아, 상금을 받게 되면 지금 다니고 있는 미술관이 공공기관으로 되어있어 회사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럼 알음알음 내가 상금을 탔다는 소식을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다. 커피라도 한 잔 사야 할 것 같다. 커피 한 잔을 대략 5,000원 정도로 치고, 넉넉잡아 20잔 정도 쏜다고 했을 때 약 10만 원이 나온다.
상금 잔고가 점점 줄어들어 간다. 상금 탔다는 것을 핑계 삼아 밥을 사고 싶은 사람 두 명이 떠오른다. 한 명은 부산 사는 대학원 동기 언니, 한 명은 유럽여행에서 처음 인연을 맺게 돼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 피디언니다. 이 두 명은 언니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나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돈을 잘 내지 못하게 했다. 이 두 언니들에게 이번에는 꼭 내가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 상금이니까 부담 없이 오케이를 해줄 것 같다. 남은 40만 원 중 부산여행 차비와 식비 대략 20만 원, 피디언니와 함께할 식사금액 약 10만 원을 빼고 나면 이제 10만 원이 남았다. 방금 전까지 200만 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10만 원이 남다니 이젠 신중해야 한다. 남은 10만 원을 어떻게 써야 할까?
상금 탄 기념으로 내 거 뭐를 사볼까 싶다가도 10만 원으로 뭐를 사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남은 10만 원은 이 시기에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커피 한잔 사는데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돈 다 썼네. 남은 게 없다.
그렇다. 나의 200만 원과 함께하게 될 사랑하는 가족, 친구, 내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인연들을 제외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토스 만보기 혜택과 행운복권을 통해 티끌 같은 돈을 모으며 부자라는 아스라이 먼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이들이 없으면 뭐 남는 것도 없는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나의 통장 잔고에 반짝 빛을 안겨줄 200만 원을 실제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야말로 공모전을 핑계 삼아 괜스레 이들을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할까. 나는 이들을 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