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의 일기
얼마 전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다. 회사를 다니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시간이 있는데, 4월 초 진행됐던 '재난안전의 이해'라는 교육 중 조금은 생뚱맞게 '힐링요가' 수업이 있었다. 계속 교실에만 앉아있기엔 아쉬워서 뭔가 환기할 수 있는 교육이 추가된 것 같았다. 운동을 못하기도 하고 싫어한다. 할 때마다 힘들고 타고나게 잘하지도 못하니 좋아하기는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피티 40회, 수영, 필라테스, 테니스 등 이것저것 웬만한 운동은 접해보았다. 그중 요가는 내 관심밖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저 필라테스랑 비슷한 계열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실 발리에 여행 갔을 때 요가가 유명하다고 해서 원데이 클래스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내가 그 멋진 요가원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지 요가 자체를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었다.
'재난안전의 이해' 교육시간에 얼떨결에 받은 '힐링요가'는 생각보다 너무 신세계였다. 수업에 앞서 아로마테라피 향기를 맡으며 본인의 상태를 환기했다. 또 동작을 하기에 앞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간단한 설명이 예상치 못하게 큰 용기가 됐다. 선생님은 요가와 필라테스의 차이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어? 사실 둘 다 거의 비슷한 계열 아닌가?' 내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들린 것인지 뭔지, 바로 답변이 이어졌다.
"요가는 자기 수련의 과정입니다. 똑같은 동작을 했을 때 이전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스스로로 노력하는 과정이 요가입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지요. 내가 어떤 상태이든 스스로 전보다 나아지려고 마음을 쓰고 있다면 그게 요가입니다. 같은 동작은 정확히 반복하는 게 중요한 필라테스와는 이러한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요"
요가. 혹시라도 난생처음 취해보는 요상한 동작을 주문하면 당연히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한 시간 대충 때워야겠다는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이 시간에 집중하고 마음을 써보고 싶어졌다. 선생님은 거의 스트레칭에 가까운 동작들을 알려주시면서 시간을 이어갔다. 안 쓰는 근육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느낌으로. 한 시간 수업이 끝나갈 때쯤 스스로도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요가수업이 마무리되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그 시간이 자꾸 생각이 났다.
동네 요가원을 검색하다 보니 집 코앞에 괜찮아 보이는 요가원이 있었다. 이전에는 동네에 요가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쭈뼛쭈뼛 요가원에 가서 1일권으로 수업을 들어보았다. 동네 요가원에서는 요일 별로 하타요가, 인요가, 테라피요가 등 다른 종류의 수업이 있었는데 내가 처음 갔을 때 받았던 수업은 '인요가'였다. '완전한 이완'을 추구하는 인요가는 하루종일 긴장했던 근육들을 매트 위에 녹여냈다. 요가원 특유의 향기, 싱잉볼 소리 등과 함께 명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70분 수업이 끝나갈 때쯤 몸은 물론 마음까지 차분하게 풀린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시간을 준 적이 있던가? 굳이 찾아보자면 다도에 취미가 있어 차를 좋아하는데 그 차를 마시면서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하지만 차 마시는 일은 눕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에게 이런 시간을 준 적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10회 등록을 해서 다시 10회를 연장해 지금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다. 5월은 바쁜 날들이 꽤나 많았는데 하루의 마무리를 하는 요가시간이 기다려졌다. 하타요가를 할 때면 초보인 나는 따라가기 어려운 동작들도 많고 힘들기도 하지만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요가와 함께 특별할 것 없는 나의 2023년 5월이 지나가고 있다. 평일은 집-회사-요가-집-회사-요가를 반복하고 있고, 일도 일상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5월에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1. 제발 살 빼자.
2. 주변에 많이 베풀자. 기회가 있다면 마음 말고 물질적인 것으로도 베풀자.
위 두 가지였는데, 둘 다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살은 오히려 더 쪘고, 주변에 그다지 베풀지도 못했다.
6월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애써보고 싶다. 마치 요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