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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리 Jul 26. 2023

가는 것 오는 것

2013.07.24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울고 웃고 달램 받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분하고 열받고 억울하고 배신감 느끼고 반갑고 사랑받고 감동받고. 온갖 감정들이 들끓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소가 가더니 물이 나오고, 물이 나오더니 전기가 끊기고, 전기가 나오니 물이 끊기고, 물이 나오니 부통령이 오고, 부통령이 가니 물이 끊기고, 물이 나오니 전기가 끊기고, 둘 다 끊기니 비가 옵니다.


짧게 산 것도 아니고, 길게 산 것도 아닌 제 나이지만, 그간 많은 것이 가고, 슬퍼할 새도 없이 더 많은 것들이 오더군요. 외할머니를 잃었더니 우리 어머니가 외할머니가 되고,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더니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오고, 새 가족을 잃으니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시간을 잃었나 생각했더니 소중한 경험들이 오고, 두둑한 월급을 잃었다 생각했더니 까만 비닐에 싸인 따뜻한 달걀 세 알이 왔습니다. 신뢰를 잃었다 생각했더니 우는 나를 달래주러 우리 부와나 마담들이 다가와서는 나를 쓸어주고 안아주더군요. 시종일관 냉소적이다 생각했던 부와나는 화가 나 말이 못할 정도로 격분을 했었는데, 오늘 길에서 만나니 내 손을 꼭 쥐고 계속 아산테 아산테합니다.


살아보니 삶은 잃고 떠나보내는 것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하게 계속 살아가는 건 잃는 만큼 다가오는 그 마음들 때문인 듯합니다.


빗소리와 함께 눈물 나게 벅찬 밤이네요.


사랑합니다.



아산테: ‘고맙다’의 스와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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