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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리 Jul 26. 2023

내 인생의 메리트

2013.08.26

새벽 5시 10분에 일어나 소 일곱 마리를 데리러 다녀오니 밤 아홉 시 반. 어제도 그저께도 일찍 일어나 늦게 까지 일하다 보니 피곤이 누적되었다. 결국 하려던 작업은 포기하고 샤워를 하며 생각해 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두 시까지 일하고,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발족식을 치뤄도 건축과 다니며 수도 없이 밤새던 것보다는 여유롭다고. 소가 다른 소에 밟혀 죽어도, 사람이 사람에게 밟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덜 슬프다고. 7시간 마타투 타고 바짝 마른땅의 움푹 파인 길을 달려도, 25시간 기차 타고 미국 서부 횡단한 것보다는 껌이라고. 이것저것 사건사고 많던 29년의 내 인생이 지금 일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머리 숙여 샴푸질하면서 깨달았다.


많은 경험을 하려면 돈이 더 들거나, 고생을 많이 해야 하거나. 아무튼 어떤 식이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거. 품을 들여야 한다는 거. 빠릿빠릿 부지런히 어디 뭐 없나 하고 들쑤셔 봐야 된다는 거는 다들 알려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게 현재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더 크고 기막힌 일들이 닥치겠지. 사기를 당해도 더 큰 액수를 당할 거고, 사람들이 죽는데도 더 가까운 사람들일 테고. 하지만 현재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나날들이 쌓여 단단한 경험들을 만들기를. 기막힌 일들도 끌어안아 더 소중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기를. 그런 삶과 마음가짐이 내게 계속 허락되기를. 그래서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내 인생이 메리트 있는 인생이었다, 뿌듯할 수 있기를.


 메리트 (merit): ‘장점’을 뜻하는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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