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1
설날의 밤이 끝나간다. 떡국 대신 떡국 국물에만 밥을 말아먹었으니, 난 한 살을 더 먹은 건가 아닌 건가. 해가 바뀌면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늘상 가졌으나, 언제나 날씨가 같은 이곳에선 해가 바뀌는지, 오늘이 몇 월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달력의 날짜보다 하루하루의 삶이 더 소중한 이곳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걸 느낀다. 날들은 계속해서 흐르고, 시간을 끊어보자는 달력과 시계와 알람은 무의미해진 지 오래.
경계가 흐려진다. 남과 북이 적도라고 써진 조그만 간판을 사이로 뭉뚱그려지는 이곳이 진공 같다. 오늘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더, 럽, 게, 많았다. 땅에 내린 별들만 보던 그 나날들. 이젠 그 별빛들이 하늘로 죄 올라가 있다. 공간이 뒤틀린다. 시간이 휘 섞인다. 집 밖에는 아바타 나무가 서 있다. 세상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몸으로 피부로. 내 발이 땅에 닿은 것이 아니라 박혀 있음을. 양손에 닿은 굳은 살의 손들이 잡은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음을.
강원도 산기슭 같은 이 아프리카 케냐 카바넷 땅에서 느껴지는 지구의, 자연의, 생명의 힘이라는 것이 하잘것없는 나를 진중하게 잡아준다. 와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넘치는 하루하루다.
이 시간들이 영원하진 않겠지만, 나에게 깊이 새겨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