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의 5가지 조건
난파된 프로젝트 이야기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주는 유일한 확신은, 불확실성이다.
한 마을에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거대한 배가 있었습니다. 이 배는 멀고 험한 바다를 건너 금의 나라로 가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배의 선장은 매니저라는 사람이었고, 다들 그를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 여러 팀원들이 함께 일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팀원들에게 열심히 일할 것을 요구했지만, 자신은 항해에 필요한 지도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그는 종종 잘못된 방향으로 배를 이끌었고, 큰 파도와 폭풍이 오는 걸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팀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배는 자주 길을 잃었습니다.
팀원들은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정확한 경로를 요청했지만, 그는 항상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변명만 했습니다. 이로 인해 팀원들은 불필요하게 힘든 노동을 해야 했고,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결국 팀원들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무능함을 깨닫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갑자기 몰아친 거대한 폭풍으로 배는 크게 흔들렸고, 마침내 난파되고 말았습니다. 팀원들은 각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과거 직장에서 주니어 시절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금도 대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흔히 벌어지는 일이죠. 이야기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다른 역할, 즉 리더, 관리자, 팀장, CEO, 감독으로 대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조건들을 모두 달성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종종 해내는 이도 있습니다.
1. 리더십 없는 무방향의 동행: 명확한 비전 부재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공유하지 못합니다. 결국 팀원들은 일의 우선순위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게 되며, 그로 인해 최종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저하되거나 아예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2. 결정 불가능 또는 부적절한 결정: 결정력 부족
결정을 내리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주요 책임 중 하나입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지나치게 망설이거나,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3. 참된 경청의 부재: 의사소통 능력 부족
이해관계자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입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팀원들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합니다. 이는 오해와 갈등을 초래하며,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중요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합니다.
4. 변화를 거부하는 고정 관념: 유연성 부족
프로젝트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계획의 변경이나 새로운 문제 해결책을 꺼립니다. 이러한 유연성 부족은 프로젝트를 실패로 이끌 수 있는 중대한 장애물이 됩니다.
5. 책임 회피와 책임 전가: 책임성 부족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이에게 전가합니다. 이는 팀 내 신뢰를 저하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방해합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전반적으로 무능한데, 책임 회피에는 유능합니다. 무능한데도 그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악의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의 무능함”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뭐 하나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프로젝트에서 빠지거나 최소한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하는 사람입니다. 무능한데 고집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목표는 상장 또는 엑싯)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본다면, 스타트업 CEO 중에서도 이런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성격이 나쁘거나 자기 패거리만 챙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다른 건 논외로 치고) 기업가로서 사업 능력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결국 그 자신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혹여 잠깐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그걸 유지하지 못합니다).
그런 배(프로젝트 또는 스타트업)에는 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혹 이미 탄 상태라면 빨리 탈출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주니어 시절에 한 번쯤 난파선을 경험하는 게,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깨달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상당히 도움이 되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정신적 데미지가 클 수도 있으니, 그건 각자 성향에 따라 판단할 일입니다.
정리하면, 유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며, 팀과 효과적으로 소통합니다. 또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모든 것의 반대입니다.
무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를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하겠죠. 우리 모두가 더 나은 프로젝트 매니저나 팀원이 되어, 성공적인 항해를 이뤄 나가길 바랍니다.
프로젝트 항해 중에는 종종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중요한 것은 그 바람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이다.
* 커버 이미지는 DALL·E로 생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