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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석 Feb 02. 2024

가로등 효과,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보이는 곳만 보는 함정

우리는 빛이 비치는 곳에서 답을 찾고자 하지만,
진정한 답은 어둠 속에 숨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쯤 전, 제가 스타트업에서 CTO로 일할 때 프로젝트 관리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PMP 자격증도 따고 그랬죠. 당시 본 책 중에서 아직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구에서 “가로등 효과(Streetlight Effect)”라고 부르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가로등 효과는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한계와 편향에 대한 은유로, 제가 일부 각색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나가던 경찰관이 가로등 아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한 사람을 보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함께 가로등 밑을 살펴보았다. 몇 분 후 경찰관이 여기서 열쇠를 잃어버린 게 확실하냐고 묻자, 그는 아니라면서 어두운 공간을 가리키며 저기서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찾느냐고 경찰관이 묻자, 그는 대답했다:
"여기가 밝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여러 문화와 문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원작자나 최초의 출처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즉, 서구에서는 널리 알려진 지혜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로등 효과는 연구,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편향과 한계를 논할 때 종종 사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나 증거에만 의존하여 결정을 내리거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만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비판하는 데 사용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즉 “빛이 있는 곳”에서만 해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어둠 속, 즉 더 어렵거나 불편한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관찰 편향(Observation Bias)”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관찰 편향이란 정보를 선택적으로 주목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을 말하죠.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 신념, 경험 등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덜 중요한 정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런 편향은 의사결정, 문제 해결, 인간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의 관점에서 볼 때, 가로등 효과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설명해 줍니다. 가로등 효과에 빠지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진정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범위를 넘어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것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이죠. 기업 경영,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많은 리더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가짜 해결책에 집중하는 걸 목격하곤 합니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의도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즉, 문제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눈을 감고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크고 작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프로젝트에서 가로등 효과를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을 인식하고 대처함으로써, 프로젝트 팀은 보다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은 프로젝트의 성공뿐만 아니라 팀원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죠. 가로등 효과를 처음 알게 된 이후, 저는 25년째 깨닫고 있습니다: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편안함과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PS: 어쩌면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용기를 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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