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Writing for the Digital Age
글쓰기 모임 앱 '은는이가'를 만든 두 사람의 대화를 엮은 글입니다. '은는이가'는 익명 글쓰기 모임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진솔한 글쓰기를 연습하는 모바일 어플입니다.
안드레스: 우리는 글쓰기의 효과를 잘 알고 있어요. 글쓰기는 우리를 치유해주고 심지어 재미도 있죠. 우리는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억하고, 머릿속에 엉켜있던 생각을 정리해요. 상상력을 동원해 가상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고 몰입하는 힘을 기르게 돼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유독 힘든 일이죠. 글쓰기에는 이처럼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막상 전문적으로나 취미로나 글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영: 지난 몇 년 사이 음악, 영상, 사진을 만들고 소비하는 양상은 급변해왔어요. 이젠 앨범을 사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곡씩 음악을 들어요. 영화관에 가는 대신 핸드폰으로 30초짜리 영상을 보죠. 무궁무진한 필터를 이용해 누구나 멋진 사진을 찍고요. 하지만 우리가 글을 읽고 쓰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나마 떠오르는 건 트위터의 140글자라는 한계 정도네요.) 우리가 글 쓰는 사람을 생각하면 종이와 연필, 또는 키보드와 빈 워드 화면이 그려지잖아요. 헤밍웨이가 글을 쓰는 방식과 현대인이 글을 쓰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디지털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새롭게 글쓰기를 상상해본다면 글을 쓰지 못하는 장벽을 허물 수 있지 않을까요.
안드레스: 동의합니다. 새로운 도구에 대한 상상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불러일으키죠. 도구의 혁신은 줄곧 인류를 성장시켜왔어요. 석기시대의 간단한 도구들부터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에 5초짜리 스토리를 올리는 것의 차이만 봐도 그렇죠. "어떻게"는 언제나 "무엇을"에게 영감을 줍니다. 저에게 새롭게 다가온 글 쓰는 방법은 손가락 대신 목소리를 이용하는 거예요. 텍스트 대신 음성을 이용해 쓰는 글은 어떻게 다를까요? 내가 평소에는 쓰지 않았을 법한 내용을 말하게 될까요?
보영: 음성과 텍스트를 결합한다는 개념이 흥미롭네요. 몇 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이 이렇게 흥할 줄 아무도 몰랐는데 말이에요. 이런 아이디어들이 은는이가의 '글감 실험실'을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안드레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쓰고 읽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나 표현 방식을 각양각색으로 실험할 수 있는 재밌는 환경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글감 실험실'이라고 지었어요. 엉성하고, 평소와는 다른,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요. '실험실'은 여러 '실험'이 진행되는 곳이에요. 각 실험은 특별한 글쓰기 경험을 제공하죠.
안드레스: 이번에 론칭한 첫 번째 실험은 5분 유산소 글쓰기입니다. 이 실험은 사용자가 글을 쓰는데 딱 5분만 줘요. 5분이 지나면 글이 자동으로 제출되고 다른 사용자가 읽을 수 있게 되죠.
보영: 제약을 주고 망설임 없이 바로 글을 쓰도록 만드는군요.
안드레스: 그렇죠. 글이 써지지 않는 시기를 극복하는 팁 중 하나는 그냥 쓰는 거예요.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간단한 방법을 실천하지 못해요. 눈 앞의 빈 종이는 글을 잘 써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첫 문장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죠. 시간 제한은 이런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집중력을 주입해요.
보영: 마치 유명한 격언 같네요. '그냥 써라 just write it!' 지금 진행 중인 다른 실험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있나요?
안드레스: 이번에 출시한 다른 실험은 열 문장 쓰기예요. 딱 열 문장짜리 글만 쓸 수 있어요. 글을 쓸 때 한 문장씩만 화면에 보인다는 점이 독특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연상해 보세요.)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정보를 소분해서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고 글을 쓰는 사람은 단 열 문장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전하죠.
보영: 우리는 보통 '읽기'를 빼곡한 문단들과 연관 짓지만 사실 글은 여러 문장들의 모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전부 그렇게 읽어도 재밌겠어요. 앞으로 '글감 실험실'을 어떻게 확장해갈 계획인가요?
안드레스: 재치 있는 새로운 실험들이 곧 개봉될 거예요. 개인적으론 위에서 말했던 목소리만을 이용해 글을 쓰는 실험이 기대됩니다. 사용자가 쓴 글을 바로 읽지 못하고 문장을 이어가는데만 집중하게 하는 실험도 준비되어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실험 아이디어들이 두둑한데요, 지금 다 말하면 재미없으니 꾸준한 관심 부탁드려요! '글감 실험실'이 글을 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해 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어떤 글이 쓰일지 기대됩니다.
보영: '글감 실험실'은 읽고 쓰는 모두를 위한 놀이터네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을 실험할 수 있고, 은는이가팀은 글을 쓰는 방식을 실험할 수 있고요. 평소에 쓰지 않을 법한 새로운 글을 쓰게 될지, 극단적인 무언가를 시도해볼지, 앞으로 실험 결과가 글쓰기의 가능성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기대합니다.
이 글감들로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