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시 껄렁

목욕하는 사람들

그림 : 폴 세잔

by 밈바이러스

목욕하는 사람들


반년만에 목욕탕에 가서 세상 구경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벌거숭이들


뜨뜻한 물에 헤벌쭉 몸 담구는 청년

찬물탕을 텀벙 헤엄치는 어린 아이

비눗방울 부는 꼬마를 씻기는 아버지

세신사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 어르신


그저 멍하니 바라보니

이곳이 무릉도원 아닌가 싶더라


식혜에 구운 계란 까먹는 학생

사우나복 입고 쿨쿨 자는 부부

느릿한 다큐멘터리 보는 할배

깔깔 웃으며 뛰어 댕기는 꼬맹


서두르는 사람도

재촉하는 사람도

행위 강박도

지위 게임도

자랑도 허세도

흥분의 뉴스도

시샘도 폭력도


닿지 않는, 통하지 않는

순수한 세계가 여기 있었다

우리는 그저 있는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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