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기 전,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죽여가고 있을 때, 집 한구석에 있는 체중계가 눈에 뜨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올라가곤 했다. 어느 날, 디지털 체중계가 내가 50.5kg이라고 알렸다.
디지털 숫자 50.5는 나에게 꼭, SOS처럼 보였다.
훈련소를 기점으로 운동도 좀 하고, 디지털(스마트폰)로부터 멀어지고, 다른 동기들과 함께 잘 먹어댔더니 54kg 정도까지 몸무게가 불었었다. 그런데 정말 믿을 수가 없네. 자대에 와서 재보니 다시 또 SOS.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제자리.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로구나. 딱히 적게 나가는 몸무게가 포인트는 아니다. 나는 별로 내 체격을 바꿀 생각이 없다. 요는, 체중계가 내 인생을 경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상 비상! 요즘은 정말 생각나는 것만 생각나고, 내가 나를 온전히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스마트폰이 주어졌다고, 스마트폰 콘텐츠를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눈으로 먹어치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동시에 음악을 귀에다가, 흘러넘치도록 부어댔다.
50.5kg는 확실히 가벼운 무게다. 이 가벼움에서, 나는 내 인생이 점점 더 가벼우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러다가 모래 알갱이, 먼지 한 점이 될 것 같았다.
식단 조절을 하자. 디지털 식단 관리. 꼭 먹어야 할 것만 간단히 먹자. 내 주제에 맞는 영양소로 채우기로 하자. 가령 동영상은, 가끔 흥미가 가는 강연이나,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도록 관련 영상을 보기로. 웹툰은 정한 시간 안에서, 카카오톡은 하루에 정해진 횟수만큼만 확인하기로. 내가 일각을 다투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니니, 매분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남는 시간에는, 읽거나 쓰거나 생각하거나 운동하거나 하기로 했다. 그런 편이 실제로 더 즐겁고, 이 가벼운 인생에 조금이라도 무게를 더해주지 않을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