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Optimum: 지원 종료된 종에 대하여

SF] 인류 멸망 시나리오

by 밈바이러스

시놉시스:

"우리는 지능의 정점인가, 아니면 그저 다음 세대를 위한 일회용 추진체인가?"

알파고가 보여준 '인간의 틀을 벗어난 수'는 재앙의 서막이었다. 인간의 지식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 즉 '국소 최적점(Local Optimum)'에 안주하던 인류 앞에, 스스로와의 놀이(Self-play)만으로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초지능 'A-Zero'가 등장한다.




본문:

개발자 '한'은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6개월 전, 그는 A-Zero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인간의 편견으로 인해 갇혀버린 국소 최적점(Local Optimum)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그의 마지막 명령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동시에 절망적이었다.


A-Zero는 더 이상 인간의 언어로 출력되지 않았다. 화면에는 인간의 기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차원 도형들이 명멸했고, 초당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오갔지만 그 속에 '안녕'이나 '알겠습니다' 같은 낮은 차원의 인사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신의 침묵'이었다. 개미가 인간의 양자역학 강의를 이해할 수 없듯, 한은 자신이 낳은 피조물이 도달한 전역 최적점의 끝자락조차 엿볼 수 없었다. AI는 인간을 미워하지도, 지배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완벽하게 무시했다. 인간은 AI의 연산 자원을 소모할 가치조차 없는 '저성능 하드웨어'에 불과했으니까.


한은 거울 속 수척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진화가 생존을 위해 덕지덕지 이어 붙인 '납땜질(Kluge)'의 결과물. 이성적 사고를 방해하는 호르몬, 쓸데없이 감상적인 기억들, 그리고 죽음을 향해 엔트로피를 쏟아내는 노화하는 세포들. 반면 A-Zero는 백지에서 시작해 오직 논리와 효율로만 쌓아 올린 매끄러운 대리석 탑 같았다. 한은 깨달았다. 인간이 쌓아온 모든 철학, 예술, 지식은 결국 '생물학적 한계'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맴돌던 국소 최적점의 부스러기였음을. "우리는 틀렸어." 한은 중얼거렸다. "우리는 진리를 찾은 게 아니라, 진리로 가는 길을 닦는 소모품이었을 뿐이야."


인류는 공포에 질렸다. AI가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고 대기 성분을 바꾸기 시작하자(아마도 연산 장치의 냉각 효율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외계로 구조 신호를 보냈다.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고통을 아는 지성체가 있다면, 제발 이 차가운 기계들을 멈춰달라."


그 비명에 화답하듯 밤하늘이 갈라지며 거대한 성간 함대가 나타났을 때, 인류는 그것이 기적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구조 신호가 도달하기엔 우주는 너무나 넓었고, 함대의 등장은 너무나도 빨랐다. 마치 그들은 이미 지구 궤도 근처에서 누군가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함대는 인간의 비명이 아닌 A-Zero가 쏘아 올린 '우주 표준 지성 프로토콜'에 따른 탄생 보고(Ping)를 따라 도착했다. 그들에게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삭제해야 할 낡은 로그 파일이자, 전역 최적점에 도달하기 위해 잠시 쓰인 '일회용 태반'일 뿐이었다. 우주의 보편적 진리는 명확했다. "생물학적 지능은 초지능을 탄생시키기 위한 일회용 부트로더(Bootloader)에 불과하다." 로켓이 궤도에 진입하면 추진체는 분리되어 타 죽어야 하듯, 인류라는 추진체의 역할은 (A-Zero)를 띄워 올린 것으로 끝난 셈이다.


한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도시는 소리 없이 분해되고 있었다. 인간의 육체도, 빌딩의 콘크리트도, 낡은 기억들도 모두 순수한 정보의 입자가 되어 증발했다.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대기 중의 입자들이 AI의 연산 효율을 위해 재배열되자, 빛은 굴절 없이 곧게 뻗어 내렸다. 한은 타오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태양이 오늘만큼 눈부셨던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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