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나긋나긋 걸어갈 여유는
이미 멸종한 지 오래다
아광속(亞光速)의 시대다
저 비행기가 아주 우습게 보여
저렇게 느린 건 필요 없는데
세계의 팽창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나는 계속 수집하고 있다
나중에 볼 동영상
나중에 읽을 책
나중에 들을 노래
나중에, 나중에
저 나중은
빛의 속도로도, 초광속으로도
따라잡지 못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점점 빨라지는 터치와 스크롤 탭, 탭
나에게 쏟아지는 콘텐츠는
이미 우주의 모든 원자보다 많으리
*정말 빠르게 지나치려는,
오늘의 한순간을 간신히 붙들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