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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Mar 21. 2022

자기결단력

나는 왜 지금껏 바뀌지 못했을까. 나의 자제력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매겨보자. 나는 나에게 2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이제 전역한 지 4주가 됐다. 이제 슬슬 뭔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한 달가량 아무것도 안 했다.


입대하기 전과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돌아가면 어떡하지?


훈련소 마지막 주차에 느꼈던 불안 요소가

적중했다. 요새 새벽 4시에 자고 오후 1시에 일어났다.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끼만 먹는다. 내 몸은 비쩍 말라갔고, 깨어있는 시간을 고스란히 스마트폰에게 헌납하니 정신은 흐리멍덩해졌다.

뭐가 문제였을까. 피터 홀린스의 책 “자기 결단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쾌락원칙이라는 행동 이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하는데, 그 원칙 저변에 중뇌의 쾌락보상 중추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깔려있다.

나는 내 행동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고통과 쾌락 요인을 분석해야 할 책임감을 느꼈다. 나는 무엇에 쾌감을 느낄 것이고 무엇에 고통을 느낄 것인지 스스로 정해보고 그 쾌감들과 고통들의 비중을 견주어 보았다.

한편,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은 자기 결단력의 한 측면을 차지한다.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쾌락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람과 계속 삶의 다음 단계를 찾는 사람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할 것이다. 현재 지향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일시적 만족감이라는 개념을 지향하는 반면,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은 나중에 찾아올 더 충만하고 의미 있는 만족을 위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단념할 용의가 있었다.


한다고 결심했으면 하면 되는 걸 나는 자꾸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것이 너무 무섭고 싫었다. 잘 되지도 않는 공부에 끙끙대는 것이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공부하다가 막히면 왠지 무력감이 들었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고, 공부 대신 휴대폰을 하는 쪽으로 현실을 도피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 고통을 피하면 도대체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건강이 심하게 훼손됐고, 자괴감이 무한 증식을 해서 자존감이 그의 자리를 잃어버렸다.



너무 잘할 필요 없고 조금씩 하면 되잖아. 나는 지금 아예 안 하고 있다고!
심지어 늦은 기상과 핸드폰 사용 때문에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요새 전혀 못하지 않았어?


나는 이제 직시하기로 했다. 의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체적이나 정신적 능력 또는 어떤 일을 해냈던 경험이 아니라, 의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정확히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의 의지가 있는 것이다.


절제함으로써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궁극적인 자유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자기 결단력이 있다면 나 자신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을 뽐내는 사람들의 히든카드는 언제라도 그만두고, 또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힘, 자제력이었다. 자기 결단의 문제였구나.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참고 서적 : 피터 홀린스의 "자기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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