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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Dec 08. 2020

지진해일

지금 내가 매트리스에 누워
멍 때리는 건

풀린 눈 뜬 채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야
데카르트도 천장에 앉은 파리를 보며
좌표계를 떠올렸다고

나는 잠수하는 중이야
몸에 힘 빼고 가라앉는 중이야

수면 위를 둥둥,
유유자적 헤엄칠 그 날을 망상하며

심연의 바다는 끝도 없이 깊구나
이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발이 닿지 않아 무서워,
얕은 수면으로 옮겨왔어

유스풀에 둥둥 떠다니며
요 근래 똑같은 생각만 했지

아무튼
천장을 멍하니 올려보는데

천장과 내 머릿속간에도
만유인력이 작용하나봐
생각의 파도가 몰아치더라

저 둥근 전등이 달이고
내 머리통이 지구일까

생각이 어떻게 생각나는가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뇌의 작용과, 무의식의 저변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익사할뻔했어

엄청나게 충격적인 경험이었지
바다는 이렇게나 커다란데
유스풀에 갇혀 살았구나

그 반복되는 낮은 파도로
돌고 돌아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면서도
희희덕대고, 익숙해져서 안락을 느끼며
즐겁다는 듯 살아왔네

앞으로는 바다에서 놀자
다시 한번 파도를 일으키는 거야
다음에는 지진해일을 경보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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